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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랑 Apr 23. 2024

여행금지구역 방문기

대사관 긴급전화입니다

외교부에서는 안전한 해외여행을 위하여 여행경보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여행유의, 여행자제, 출국권고, 여행금지의 4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필리핀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지역별로 네 가지 경보가 모두 적용된 국가이다. 

필리핀의 전 지역이 여행유의 단계 이상이고 그중  대부분이 여행자제 단계이고 출국권고 지역도 있으며 민다나오 섬의 잠보앙가, 술루, 바실란, 타위타위 지역은 여행금지 구역으로 이 지역을 외교부의 허가 없이 방문하게 되면 여권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된다. 하지만 이 지역에 한국에서 직항 항공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필리핀 국내에서 이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을 일일이 확인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여행금지 구역의 방문허가는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나온다. 관광비자로는 방문이 불가능하고 체류비자 소지자라도 경호계획 등을 보고해야 '예외적 여권사용허가'가 나온다.


술루, 바실란, 타위타위 지역에는 한국인은 물론이고 다른 외국인들도 거의 살지 않는다. 필리핀 사람들도 그곳 출신이 아니면 방문하려 하지 않는다. 무슬림 반군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지역이고 실제로 몸값을 노린 외국인 납치사건과 테러사건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관문 역할을 하는 잠보앙가 지역에는 수십 명의 한국인들이 거주하고 있었고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을 하고 철수를 요청했음에도 열명 넘는 한국인이 계속 거주하고 있어서 필자는 담당영사와 함께 이곳을 방문하여 교민들을 만났다. 교민 세미나를 열었고 그간 좀처럼 열린 적 없는 행사이기에 그 지역에 거주하는 교민들 대부분이 참석했다. 


그들을 설득하려던 대화는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미 그 지역에 수십 년을 거주한 사람들이 있었고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갑자기 하던 일을 접고 나가라고 하면 어디로 가라는 거냐, 지원금을 정부에서 주는 거냐며 나름의 논리를 펼치는 바람에 유예기간만 주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들 중 대부분은 개신교 선교사였고 그 후로 몇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거주 중인 교민들은 외교부에 소송을 걸겠다고 하여 끝내 거주허가를 받아냈다.


민다나오는 남한만큼 큰 섬이고 아름다운 자연과 풍부한 자원에 물가도 싸다. 치안 등의 위험요소만 없다면 발전할 잠재력이 어마어마한 곳이라 본다. 모쪼록 평화가 정착되어 발전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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