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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랑 Apr 24. 2024

모르면 당하는 아티반 갱

대사관 긴급전화입니다

해외여행에서 로망 중의 하나는 우연히 현지인 친구들을 만나서 단순한 관광이 아닌 진짜 그 나라의 사람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라는 TV 여행 프로그램에서 기안 84는 관광지가 아닌 현지인 집에 찾아가서 같이 먹고 자고 생활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는데 이게 이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였다고 생각한다. 또한 수많은 여행 유튜버들도 이런 식으로 여행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예측이 불가능한 재미가 있기 때문에 요새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방식으로 여행을 하고자 한다.


하지만 필리핀에서는 이런 식으로 여행을 하기가 어렵다. 혼자 여행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접근하여 주변 관광지를 안내해 주겠다는 등 호의를 베풀면서 물, 음료수, 술 등에 약물을 타서 정신을 혼미하게 한 다음 금품을 터는 전문 강도 조직이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걸 아티반 갱 Ativan gang이라고 부르는데 필자가 직접 만난 피해자만 10명도 넘는다. 대사관에 신고를 안 한 사람까지 고려하면 그 숫자는 훨씬 더 많다고 봐야 한다.


주로 마닐라 또는 따가이 따이, 세부, 바기오 등 유명 관광지까지 함께 여행하거나 안내를 하겠다고 유인한 뒤 관광지 호텔, 음식점 등에서 미리 준비한 물뽕 GHB를 음료수 등에 타 마시게 하여 정신을 혼미하게 한 뒤 현금, 노트북, 카메라 등을 강탈하고 현금카드, 신용카드에서 현금을 인출하거나 물건을 구입하는 등 피해자가 약물에 취하여 무의식 중에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발설하게 하는 등 어떤 식으로든 비밀번호를 알아내어 ATM 기계에서 돈을 인출한 뒤 본인이 모르게 카드를 되돌려 놓는 수법을 쓰고 있어 피해자는 가해자들과 헤어진 후에야 피해 사실을 알게 되는 터라 피해구제가 매우 어렵다. 

심지어는 한국으로 돌아가서 다음 달 카드 청구서를 보고서야 알게 된 경우도 허다하다.


원래 아티반은 수면제 같은 약물이라 예전에는 그냥 약 먹여서 재운 후에 지갑이나 소지품을 들고 가는 단순한 수법이었다면 2010년 대 이후에는 물뽕을 써서 그 수법이 더욱 정교해지고 범죄일당들도 경계를 풀게 하기 위해 대부분 여성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중에는 임산부나 아이도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여행을 가서 이런 것까지도 경계해야 하는게 슬프지만 모르면 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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