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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랑 Apr 17. 2024

필리핀 교도소 괴담

대사관 긴급전화입니다

마닐라에는 NBP라는 교도소가 있는데 이곳은 기결수들이 수감된 곳이다.

재판에서 형이 확정된 수감자들이 있는 곳인데 여기에 수감 중인 한국인도 10명이 훌쩍 넘어간다.


이미 이곳에서 10년 넘게 지낸 사람도 있다. 필리핀 교도소는 간수 등 교정 인력의 절대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수감자들끼리 관리 역할을 하는 비정상적인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 넷플릭스의 다큐 '지상 최악의 교도소에 가다'를 보면 잘 나와있는데 필리핀 교도소 에피소드가 2번 나온다.


정기 영사면회를 갔는데 수감자가 동료 수감자의 이름을 대면서 요새 몸이 안 좋아서 밤마다 끙끙 앓는다고 했다. 그를 불러서 직접 물어보니 신장이 안 좋긴 한데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그래도 진료라도 받아보지 그랬냐고 원하면 대사관에서 서한을 보내서 즉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해 준다고 하니 그는 손사래를 치며 병원에 가면 그냥 죽는 거라고 절대로 병원에 가면 안 된다고 한다.


아픈데 병원을 가야지 무슨 소리냐고 하자 교도소장이 바뀐 이후로 돈 있는 사람은 유료로 진료를 받게 하고 돈 없는 수감자가 병원에 가면 죽여서 시신과 장기를 대학병원에 몰래 판다고 한다.


아무리 필리핀 교도소라도 믿을 수 없는 얘기라고 했더니 실제로 최근에 사망한 한국인 수감자의 이름을 댔다. 그리고 몇 년 전에 사망했던 다른 수감자도 병원에 갔다가 사망했다고 한다. 현지인 수감자들에게는 이미 공공연 한 사실이고 외국인도 종종 있다고 한다.


소름이 끼쳤다. 나는 수감자 관리 담당이라 이 이름들을 기억한다.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가족이나 지인들과 연락이 끊어져서 더 이상 면회를 오지 않아 영치금도 없이 생활하던 사람들이었고 사망 후에 한국의 가족에게 연락했으나 형편이 어려워 무연고 시신처리를 한 경우도 있었다. 물론 부검도 했고 의사가 서명한 사망증명서도 발급되었지만 심근경색 같은 돌연사의 경우 원인이 정확히 나오지 않는다. 전해질 불균형으로 사망한 수감자도 있었는데 제때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졌다면 사망까지 가기 어려운 질병이라고 들었다.


열악한 환경의 교도소에서 지내다 보면 건강이 좋아질 일은 없지만 그래도 규칙적인 생활을 통하여 별다른 건강이상 없이 지내는 경우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단순 괴담이었길 바라지만 사실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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