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 사건사고 일지
마닐라에 K-pop 아이돌 콘서트를 보러 온 팬클럽 회원에게 한국인 가이드가 접근하여 고가의 카메라를 들고 도망갔다는 신고전화를 받았다. 그 무렵에 교민 사이트에서도 환전을 하기로 해서 만나기로 했는데 화장실에 다녀온다면서 돈을 들고 도망갔다는 등의 일이 종종 있었는데 용의자의 인상착의가 비슷해 보였다.
여러 피해자 중에는 cctv를 캡처해서 올린 사람도 있었는데 얼굴이 낯이 익어 보였고 그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사람이 여권사본을 사이트에 올렸는데 내가 알던 후배가 맞았다.
더운 나라에서 후드티를 입고 cctv 위치를 확인하는 모습이 누가 봐도 수상한 낌새였다.
예전에 한국의 직장인 동호회에서 만난 친구였는데 그 당시 그는 압구정동에서 주점을 운영하고 있었고
나름 가까이 지냈던 기억이 있다.
지방의 운동선수 출신의 그는 체격도 좋고 화려한 인맥을 자랑했지만 정작 본업에는 소홀한 모습이었고
동호회 회원 몇 명에게 돈을 빌리려 한다는 소문이 있었고 곧 나에게도 얼마를 빌려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거절했고 그는 그 후에 동호회 활동을 접었다.
필리핀에 넘어온 그는 계속 비슷한 짓을 벌이다가 얼마 후에 앙헬레스에서 현지인 휴대폰을 훔치다가 체포되었고 이미 한국에도 수배가 있었기에 이민청으로 이감되어 몇 달 뒤에 송환되었다.
송환 때 먼발치에서 그를 보았는데 예전에 당당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이가 빠지고 행색이 추레했다.
아니나 다를까 카지노 도박 중독이라고 한다.
다른 자리에서 다른 모습으로 만났으면 반가웠을 인연이었는데 안타까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