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 사건사고 일지
퀘존시의 한 커피숍에 한인여성이 커피를 사러 들어갔는데 그날따라 많던 종업원들이 한 명도 안 보이고
웬 현지인 남자가 카운터에 있다가 그녀가 들어오자 권총을 꺼내 들어 가방을 빼앗고 화장실로 몰아넣었다.
이미 화장실에는 종업원들이 들어가 있었다.
강도가 그전에 들어와서 카페 직원들을 화장실에 가둔 것이다.
그 한인여성은 무모하게도 화장실에서 나와서 강도에게 전화기를 돌려달라고 항의하면서 실랑이를 벌이다가 총을 맞고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한국인들은 총기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 나라에서 살아서인지 총을 그다지 겁내지 않는다.
앙헬레스의 한인마트에도 2인조 강도가 들었는데 가게를 연 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단 돈 천 페소(우리 돈 2만 3천 원) 정도만 강탈하고 나갔는데 손님인 한국교민이 그 강도를 따라가서 의자를 던지다가 강도가 쏜 총에 맞아서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두 피해자는 모두 필리핀에 온 지 몇 개월 안 되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권총강도를 도발하거나 저항하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현지인이나 오래 산 교민들은 잘 알고 있고
더구나 마약중독자들이 약에 취해 강도 짓을 벌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필리핀에서 총기강도 사고가 자주 일어나긴 하지만 사업관계의 원한이나 치정관계가 아니면
실제로 총을 쏘는 경우는 흔치 않아서 커피숍 사건은 우리 교민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대사관에서도 해당 경찰서장을 만나 신속한 범인체포를 당부했는데
이례적으로 불과 며칠 만에 그 강도가 잡혔다.
범인은 그전에도 여러 번 가게를 털고 여종업원을 강간하는 등 악명이 높은 수배자라고 했다.
놀라운 소식은 며칠 후에 전해졌는데 범인이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오는 도중에 호송경관의 총을 빼앗으려고
시도하다가 현장에서 경찰의 총에 머리를 맞아서 즉사했다는 것이다.
대사관 현지 직원들은 그게 필리핀 경찰이 즉결처형 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라고 했다.
사법체계가 부실한 필리핀에서는 재판이 길어지고 법원에서 보석허가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걸 잘 아는 경찰들이 용서가 안 되는 범죄자들, 특히 강간범들은 저런 식으로 종종 처리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