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관 해외안전팀 사건수첩
“유명 여행 칼럼니스트 J 씨가 필리핀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손이 묶인 채 머리에 총상을 입은 상태였습니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한국인 밀집지역인 마카티 시의 숙소에서 십 여 km 떨어진 곳입니다.
발견 당시 현장에 신분증이 없어 호텔 열쇠로 숙박 내역을 확인한 뒤 신원을 파악했습니다.
여행업체를 운영하며 음식과 여행에 대한 칼럼을 써온 J 씨는 새로운 여행상품 개발을 위해 혼자 출국해서. 여행사와 마지막으로 연락한 후 시신이 발견된 날까지 이틀간의 행적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경찰청은 국제범죄 담당 형사와 감식반원, 프로파일러를 급파해 현지 경찰과 공조 수사에 나섰습니다.”
우리 팀은 현지 경찰로부터 소식이 접수되자 즉시 현장을 방문하여 현지 경찰과 공조를 하였고
CCTV 등 각종 자료들을 입수하였다.
사건은 한국에도 크게 보도되어 일파만파 퍼졌고 대사관과 외교부에도 '필리핀 자체를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하라. 아니 아예 국교를 단절하라' 등의 성난 국민들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필리핀에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경찰관이 파견되어 있다.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경찰 주재관(영사)과는 다르다.
외국에서 우리 경찰이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은 주권 침해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불가능하지만
필리핀에서 워낙 많은 우리 국민이 피살을 당했기 때문에 우리 외교부와 경찰청은 필리핀 정부와 협의 끝에 한국인이 강력 범죄피해를 당한 경우에 한하여 우리 경찰이 수사에 일부 참여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2012 년부터 코리안데스크라는 제도와 자리가 생겨서 지금은 필리핀 전역에 너 다섯 명의 한국경찰이
파견되어 국외도피범 검거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J 씨의 경우에는 명백한 타살이었다. 다만 특이한 점은 전형적인 살인청부업자에 의한 처형의 방식인데
그는 필리핀 현지에서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지인들이 있거나 자주 왔다 갔다 한 것도 아닌 단순 관광객으로 방문한 것인데 이런 경우에 청부살인을 당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시신에서 신원의 특정이 가능한 호텔열쇠가 제거되지 않은 점도 이상했다.
한국에서 그의 가족이 입국했는데 보통의 유가족과는 조금 다른 게 아내는 아이들에게 계속 입단속을 시켰고 사건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였다.
가족이 끔찍한 사건으로 희생이 되면 대부분 범인을 꼭 잡아서 무거운 벌을 받게 해 달라는 게 일반적인데
그냥 빨리 장례를 마무리하고 귀국하고 싶어 하였으며 차후에 범인들을 검거해도 기소를 유지하려면
대리인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한국에 돌아간 이후에는 연락도 잘 되지 않았다.
나중에 경찰조사에서 밝혀진 것은 J 씨가 운영하던 여행사는 부채에 시달리는 등 경영상의 어려움이 있었고
비교적 최근에 여러 개의 생명보험에 가입했던 것과 그가 필리핀 방문 전에 교민 사이트에 접속하여
소위 심부름센터 관계자와 쪽지를 나누었고 이후에는 텔레그램 등을 통하여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부채를 해결하기 위하여 보험금을 노리고 스스로를 청부살인 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미 고인이 된 그에게 물어보거나 책임을 물을 수는 없고 유가족도 사건진행을 원치 않아서
의혹만 남은 채 사건은 사실상 종결된 것으로 안다.
그는 새로운 여행코스 개발을 위하여 필리핀에 간다고 했다는데 IQ 150 이상의 멘사 회원이었다는
명석한 머리로 마지막으로 개발한 여행코스가 그것일 수도 있겠다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