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관 해외안전팀 사건수첩
"영사관이죠? 제 외국친구가 한국으로 보낸 물건이 지금 필리핀 세관에 묶여있다는데 확인 좀 해주세요"
"친구가 누구이고 어디서 뭘 보냈나요?"
"제 남자친구이고 영국에서 보낸 선물인데 귀중품이에요. 지금 관세를 바로 못 내면 압수된대요"
"영국에서 한국으로 보낸 귀중품이 왜 필리핀 세관에 있나요? 그 친구랑 어떻게 아시는 사이인가요?"
실제로 만난 적이 있나요? 영상통화 같은 거 말고요"
약간의 침묵이 흐른다.
"아직 실제로 본 적은 없어요..."
"얼마를 보내라고 하던가요? 혹시 벌써 보내셨나요?"
"사기... 인가요?"
그녀의 목소리가 떨린다. 아니라 믿고 싶겠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십중팔구는 이미 돈도 보낸 후이며 피해자 본인도 확인차원에서 연락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종류의 범죄는 사기피해를 당하고도 자괴감이 들어서 신고를 안 하는 경우도 많고
신고를 해도 피해액의 변제가 이루어지기 매우 어려우며 여성 피해자가 더 많은 경향을 보인다.
보통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서 타깃을 물색하며 보통 몇 주 이상을 관찰하여 치밀하게 준비한
가짜 프로필로 마수를 뻗는다. 이들은 심지어 남자에게도 작업을 걸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덜 관심을 받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소위 로맨스 스캠의 범인은
대부분 악명 높은 나이지리아 사람들이었고 일반 직장처럼 아예 사무실을 차려서 운영하는 곳도 많다.
이들은 원래 90년대 후반부터 이메일로 사기를 치는 것으로 유명했다.
실업률이 높은 현지에서는 돈 많은 외국인에게서 얼마 뜯어내는 게 뭐 어떠냐며
범죄에 대한 죄책감도 없고 수법도 날로 진화하여 투자 등 원하는 걸 얻어내지 못하면
그간 알아낸 개인정보나 심지어 몸캠을 통한 알몸사진까지도 유포하겠다는 협박까지 한다.
미얀마나 캄보디아에는 해외취업을 미끼로 중국이나 한국인들을 모집한 후 감금하고
이러한 로맨스 스캠이 포함된 보이스피싱을 시키는 조직도 존재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고 과한 호의를 경계해야 한다.
의심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