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 사건사고 일지
대사관에 연락을 한 이 남자는 얼마 전에 중풍을 맞아서 몸 거동이 어렵다고
한국에 가는 걸 도와달라고 했다.
한국의 가족에게 연락을 하니 절대로 도와줄 생각이 없으니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한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많은 재산을 유흥과 도박으로 탕진하고 필리핀에 가서도 수시로 돈을 보내라고 하여
아예 연을 끊고 산지가 십 년이 넘었는데 돈을 안 보내주니 한국에 가서 가족을 다 죽일 거라고
협박까지 했단다.
게다가 이 남자는 장기 불법체류 중이면서 사기로 국내에 수배까지 있는 상황이라
오히려 송환을 하면 했지 대사관에서 나서서 도와주기가 어렵고
현재 지내는 곳도 민다나오 섬의 무슬림 거주지역내 산속 오지라서
주변에 한인회는커녕 아예 한국인 자체가 없는 곳이었다.
마닐라에서 만난 여자의 고향집에 얹혀서 산다고 한다.
이 남자는 정말 하루도 안 빼고 전화를 해댔다.
대사관에서 직접 와서 데려가라는 건데 안된다고 하니 각 종 쌍욕에 협박을 했고
대사관에 와서 자해를 하고 피로 내 이름을 쓰고 죽을 거라느니
한국 언론과 유튜브에 죽는 장면을 생방송하게 할 거라느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만 매일같이 해댔다.
본부에 문의를 해도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 아니니 긴급구호대상에 해당하지 않고
계속 욕설과 협박을 하면 영사조력을 중단해도 된다는 답변이 왔다.
처음으로 영사조력 중단을 고지하고 그의 전화번호를 차단했다.
일주일 후에 세부 분관(영사관)에서 연락이 왔는데 그 남자가 대사관에서 전화를 안 받으니
영사관에 매일 전화를 해서 똑같은 협박을 하고 욕을 하는데 너무 견디기 힘드니
앞으로 전화를 다시 받아달라고 한다.
6개월 간을 매일같이 전화를 한 그 남자는 수중에 한 푼도 없다더니
결국 본인 돈으로 마닐라에 왔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불법체류 정리를 위해 며칠간 지낼 숙소가 필요해서 어렵게 부탁해서
쉼터에 입소를 시켰는데 왜 독방을 안주냐는 소리까지 했다.
항공사에서 보호자가 있어야 탑승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아무도 그와 동행을 원치 않아서 결국 내가 같이 갔다.
나를 보더니 미안하긴 한데 살고 싶어서 그랬으니 이해를 하란다.
그는 인천공항에 휠체어를 타고 내렸는데 내리자마자 경찰에 체포되었다.
정말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