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관 해외안전팀 사건수첩
2009년 11월, 망우다다투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의 마긴다나오 주지사 후보로 등록을 하려고 가족들이 그를 대신해 변호사, 기자들과 선관위로 가던 중 100명이 넘는 무장괴한들에게 습격을 당해 무려 58명이 무참하게 살해당했다. 당시 주지사이자 지역 토호인 '안달 암파투안'이 경쟁자가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게 하려고 살해를 지시했다.
이들은 여성들을 강간하였고 팔다리를 자르고 동행했던 언론인 33명도 그 자리에서 총기를 난사하여
사살했으며 미리 준비한 굴삭기로 시신을 파묻었다.
(역사상 가장 많은 언론인이 희생된 단일사건으로 기록됨. 원래 필리핀 뉴스에서는 잔인한 장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데 이건 너무 심했는지 제대로 보여주지 않음)
국제적인 비난이 커지고 나서야 필리핀 정부는 마긴다나오에 계엄을 선포하고 군대를 파견해 암파투안 일가를 체포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혐의가 기각되고 이들이 석방되었다. 암파투안은 당시 대통령이었던 아로요와 같은 정당 소속으로 친분이 두터웠으며 필리핀 정부도 민다나오의 무슬림 반군을 탄압하려고 암파투안 일가가 사병집단을 유지하는 것을 사실상 허용했기에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았던 것이다.
정권이 교체되고 새로 취임한 아키노 대통령은 재판을 서둘러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고 2011년 말 아로요 전 대통령이 체포되었고 암파투안 2세와 공범들도 재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함께 체포됐던 암파투안 일족 중 한 명은 증거불충분이라는 판결이 나오자 형집행 정지 신청을 내고
보석으로 풀려났고 출소하자마자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되었다.
그 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마긴다나오주는 암파투안 일족의 영지이고 분쟁은 계속된다.
(얼마 전에 대낮에 대전차 RPG 로켓포로 차량을 쏴서 해외토픽에 나온 곳이 바로 마긴다나오,
공격받은 시장이 암파투안 일족. 필리핀 RPG로 검색하면 나옴.)
당시에 필자는 산후안이라는 곳에 살았는데 여기가 필리핀 경찰청 인근이라 이웃 중에는 경찰간부들이
많았는데 암파투안 일당이 구금되자 사병들이 그들을 구하러 경찰청에 쳐들어온다는 소문이 나자
경찰간부라는 사람들이 우르르 휴가를 내고 가족과 함께 도피하는 웃픈 모습을 보기도 했다.
이 사건은 필자가 필리핀에 살면서 본 가장 끔찍한 학살사건이며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권력자의 의지가 얼마나 강하고 추악한 지를 알게 되었다.
고인 물은 썩는다. 특히 정치권력은 두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