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관 해외안전팀 사건수첩
필리핀에 와서 가장 놀랐던 점 중 하나가 길거리에 노숙인들이 많다는 것인데
특히 메트로마닐라 같은 대도시에는 장소나 시간을 불문하고 길거리에 노숙인들이 넘쳐난다.
다른 나라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노숙인들 중 아이들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가끔 새벽에 경찰이 트럭 같은 것을 몰고 다니면서 이들을 차에 태워서 데리고 가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하는데 나중에 현지경찰 간부에게 그들을 어디로 데려가냐고 묻자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수용할 시설이 부족해서 특별히 목적지가 있는 건 아니고 불라칸이나 팜팡가 같은 마닐라 외곽에
그냥 내려주고 오는 경우가 많단다.
정부나 지자체도 예산이 없으니 임시방편 말고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도가 없는 것이다.
교통정체가 심한 마닐라에선 어디든지 차가 막히면 구걸을 하는 노숙자들이 나타나서 차 창문을 두드리는데
현지인들도 웬만하면 창문을 열지 않는다. 특히나 아이들 무리를 조심해야 한다.
바탕 하목 (Batang Hamog 혹은 Batang Kalye 거리의 부랑아)이라고 불리는 아이들은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며 주로 관광객 들이나 혼잡한 도로의 차량에 접근하여 구걸을 하는데 이들이 때로는 소매치기,
절도, 강도로 돌변하는 경우가 많아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이들은 대부분 미성년자이고 출생등록이나 정해진 거주지도 없어서 경찰도 처벌이 어렵고
아이들이라고 해도 흉기를 소지하는 경우가 있어서 이들이 접근하면 말다툼이나 몸싸움을 자제하고
신속히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상책이며 계속 따라오면 경비원이 상주하는 건물이나 상점 안으로
몸을 피해야 한다.
필자도 아이들에게 야박하게 대하기 싫어서 동전이라도 주려다가 현지인 직원의 경고를 듣고서야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뉴스에서 본 건데 여성 노숙인이 갓난아기를 지나가는 차에 던져서
합의금을 받아내는 범죄도 한때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씁쓸하게도 필리핀을 이해하려면 절대적인 가난과 빈곤이라는 키워드를 이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