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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진우 Sep 15. 2020

프레토리아에서의 탈출

출처: Ejor/Getty Images


영화 '프리즌 이스케이프'(원제: '프레토리아에서의 탈출(Escape from Pretoria)')는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는 활동가였던 팀 젠킨(Tim Jenkin)이 실제로 1979년 프레토리아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탈출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이 영화는 해리포터로 출연했던 다니엘 레드클리프가 주연이고, 탈옥 영화답게 긴장감을 잘 표현하여 재미있게 볼만하지만 여기서 이야기하려는 것은 영화가 아니라 그 시절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와 그것에 저항했던 사람들의 사회적 상황이다.


아프리칸스어로 아파르트헤이트(Aparheid)는 '떼어놓음(apartness)'이란 뜻으로 1948년 아프리카 국민당(Afrikaner National Party)이 슬로건으로 걸고 총선에 승리하면서 본격화된다. 아파르트헤이트의 최종 목적은 백인과 유색인종을 분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색인종끼리도 종족 간 분리하여 정치적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었다. 1950년에 정부는 백인과 다른 인종의 결혼을 금지하고 백인, 흑인, 유색인종, 아시안으로 남아공 국민을 구분하였으며, 소수인 백인이 80퍼센트에 달하는 국토 대부분을 차지하고 유색인종에게는 '통행법'을 적용하여 허가받은 구역과 시간 외에는 거주와 출입까지 통제했다.


아파르트헤이트 법안은 심지어 가족끼리도 인종이 다르면 분리되게 했으며, 백인들의 땅으로 지정된 곳에 살던 흑인 남아공인들은 강제로 자기 땅을 헐값에 백인에게 팔고 이주해야 했다. 1961년부터 1994년까지 35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강제로 이주당하여 궁핍한 삶을 살고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는 운동과 탄압이 잇따르자 결국에는 1973년 UN총회에서도 아파르트헤이트를 규탄하는 결의를 채택하고 1985년에는 영국과 미국이 남아공에 대한 경제제재를 하기에 이른다. 


영화의 실제 모델인 팀 젠킨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태어난 백인이었다. 사회학에 관심을 가져 케이프타운 대학에서 공부를 하던 팀 젠킨은 아파르트헤이트를 합리화하는 사회학 공부에 실망하고  고민하던 중 칱구 스테판 리(Stephen Lee)와 함께 아프리카 국민 회의(African National Cogress)를 알게되고 이에 참여하여 활동하기 시작한다. 팀 젠킨과 스테판 리의 주요 활동은 아프리카 국민 회의를 지지하고 자유를 위해 저항하라는 전단을 폭탄형태(the leaflet bomb)로 만들어 요하네스버그에서 퍼뜨리는 것이었는데 1978년에 집으로 인쇄도구를 옮기다 발각되어 체포된다. 체포된 젠킨과 리의 죄명은 "금지된 조직을 지지하는 18개의 전단을 제조하고 퍼뜨림"이었고 각각 12년형과 8년형의 유죄판결을 받는다.


 영화에서 젠킨은 다른 정치범들에게 함께 탈옥하자고 말하면서, '정부는 자유를 억압하려하고, 가만히 있는 것은 그것에 동조하는 것'이라 말한다. 당시에는 아파르트헤이트와 인종차별 분리정책이 합법이었고 젠킨과 리는 불법행위로 옥살이를 하는 중에 탈옥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사람들은 아파르트헤이트와 그들의 탈옥을 그 때의 관점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통일부는 2020년 6월 10일 대북전단 살포 등을 주도한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통일부에 등록된 이들 단체의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은 모두 탈북민 출신 대표가 운영하는 단체로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과 쌀을 풍선이나 페트병을 이용하여 북한에 살포하는 일을 해왔다.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 당시의 모습을 다룬 영화와 2020년 오늘 한국인데도 많은 부분이 겹쳐지는 유사한 느낌을 받는다. 백인과 유색인종을 강제로 분리하고 차별하는 아파르트헤이트와 비정상적인 체제로 인권을 억압하는 북한 정부. 1973년 UN총회는 아파르트헤이트를 규탄하는 결의를 채택했고, 2009년 제64차 유엔총회결의안은 북한의 조직적이고 심각한 인권침해에 대한 우려 표명, 인권과 기본적 자유의 존중 촉구를 말하고 있다. 팀 젠킨과 스페판 리의 전단살포가,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의 대북전단 보내기가 처벌을 받아야할 잘못된 일일까? 무리한 법 적용이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고 진실을 왜곡할 수 있을까? 역사는 우리가 고민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종종 거꾸로 흐르기도 한다는 교훈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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