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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진우 Sep 15. 2020

#두려움은 사라질 수 있을까?


 무라카미 류의 에세이 중에서, 라디오 방송에서 진행자가 "무라카미 류씨, 요즘 가장 가지고 싶은게 무언가요?"하고 물었는데,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봐도 가지고 싶은게 없어서 없다고 대답했더니 매우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는 내용이 있다.

 어렸을 때는 큰 고기덩어리를 보고 와우, 저것을 큰 불에 구워서 그대로 먹으면 엄청나겠다-라든가, 좋아하는 밴드의 음반을 구하러 힘든 발품을 판 적도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그런게 없어졌고, '경기가 살아날까?' 이런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욕망이 살아날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편이 나을 거라고 류는 말한다.

 지금까지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원인은 '욕망의 사그러듦' 때문이다. 토마 피케티가 '자본론'에서 말하는 바에 의하면 자본으로 벌 수 있는 것이 일해서 버는 것의 속도를 앞질러서 (자본소득>근로소득) 양극화는 심해지는 한쪽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 크기의 눈덩이를 가진 사람은 굴리면 스스로 눈덩이가 산처럼 계속 늘어나지만, 작은 눈덩이는 굴려봤자 중간에 멈추거나 힘을 잃고 여러조각이 나버린다. 일정한 양의 돈을 모아 자본으로 소득을 올릴 수 있게 된 사람들은 점점 세상의 부를 차지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계속 적게 벌어 양극화는 심화되는 한쪽으로만 흐른다.

문제는 돈이 필요 이상으로 늘은 사람들은 어떤 것을 소비하는 '욕망'을 잘 못 느끼게 된다는 사실이다. 세계 최고의 부자인 제프 베조스가 얼마 전까지도 혼다 어코드라는 평범한 차를 탔다는 사실은 놀라운 게 아니다. 얼마든지 언제든지 가질 수 있게 된 사람들은 그때부터 '욕망'이란게 오히려 줄어들어 버는 것에 비하면 한참 적은 소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돈이 생기는 족족 옷이든, 게임아이템이든, 여행에든 돈을 써버리는 10대나 20대는 어른들이 보기에는 한숨나오는 소비생활을 하는 것 같아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이런 사람들이 많아야 세상의 경제는 원활하게 돌아간다. 버는 것의 십분의 일만 쓰고 나머지는 착실하게(?) 저축하거나 투자로 자산을 불리는 사람들만 세상에 가득하다면 세상의 경제는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버는 것에 비해 과분한 멋진 옷을 미치도록 사서 입고 싶고, 화려한 자동차가 매일 밤 꿈에 나올 정도로 가지고 싶은, 그런 사람이 많을 때는 보통 경제 호황기이지만, 지금은 돈을 쓸 필요나 욕망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어리고 사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들은 월세와 생활비에 허덕이는 시대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침체는 스며들듯 어느새 사회전체의 분위기가 되었다.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코스피 지수는 1400대로, 다우지수는 2만, 나스닥은 7000이 붕괴됐다. 세계경제는 이제 '욕망의 없음'에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두려움'의 시대로 넘어갔다.

이제 사람들이 돈을 안 쓰는 이유는 욕망의 없음보다는 '언제쯤 안전하게 카페나 영화관을 돌아다닐 수 있을까?', '언제쯤 사람들과 세상이 거래와 왕래를 전처럼 할 수 있을까?', '이 바이러스가 안 끝나고 계속 가지는 않을까?'하는 두려움이다.

바이러스에 타격을 입은 기업과 소상공인은 돈이 없어 돈을 못 쓰고, 돈이 있는 사람들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위기에 돈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경기가 언제 회복될까?'라는 질문은 바꿔서 '두려움은 사라질 수 있을까?'로 던져볼 수  있다. 두려움이 사라지면 사람들은 돈을 쓰기 시작할 것이다.

토마 피케티가 자본론에서 한 다른 이야기 하나는, 계속 진행되는 세계의 양극화가 그래도 가끔은 나아진 적이 몇번 있는데 그것은 대공황과 세계대전이라는 통계결과이다. 자산의 가격과 경제가 급격하게 붕괴되었지만, 그와중과 회복의 가운데에서 돈이 필요한 사람과 잘 쓸 수 있는 사람에게로 흐름이 바뀐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바이러스로 인한 위기, '두려움은 사라질 수 있을까?' 그리고 양극화의 수렁을 조금은 나아지게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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