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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진우 Aug 23. 2021

#길가메시 이야기

길가메시와 냉동인간의 꿈

 누군가 제주도에 살아보려고 갔더니 일주일은 너무 좋고 한달은 여기저기 산이며 바다를 구경다녔다가 두세달 째부터는 외로워서 미칠 지경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지금 있는 곳이 천국인가 지옥인가?


그것은 한 끗 차이일 수 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누구와 있느냐에 따라서. 그렇다면, 300년쯤 뒤에 아무도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깨어난 삶은 어떠할까? 그건 천국에 가까울까 지옥에 가까울까?


 이미 신문이나 언론을 통해 익히 알코르 생명연장 재단(Alcor Life Extention Foundation)이란 곳을 알고 있었다. 이곳은 15만달러 정도를 지불하면 죽자마자 시신을 냉동처리해 100년간 보관해주는 곳이다. 그런데 문득 어제 텔레비젼에서 냉동인간에 대한 내용을 다룬 내용이 나왔다.

Alcor Life Extension Foundation

 냉동인간이란 주제는 보통사람들에게는 지극히 과학소설스럽고, 의사로서는 이것이 과연 가능할까 세포가 이미 손상을 받고 회복 불능한 상태는 아닐까-하는 생리적이고 생물학적인 의문을 던져주는 주제이지만 개개인의 사연에 다다르면 냉동인간이란 지극히 극적인 주제가 된다. 


 뇌종양으로 수차례의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받고도 완치되지 못한 아기를 최연소 냉동인간으로 의뢰한 아버지의 이야기, 80세 암에 걸린 어머니가 죽기 싫다고 절규하는 모습을 보고 한국 최초로 냉동인간을 의뢰한 아들의 이야기.


 죽음이란 떠난 자들의 슬픔이 아니라 남겨진 자들의 슬픔이듯, 냉동인간이란 떠난 이들을 위한 것이 아닌 남겨진 이들의 위안을 위한 것일까? 알코르 생명재단은 사망선고 직후에 신체의 혈액을 빼고 동결보호제를 주입하고 영하 196도로 급속 냉동시킨다. 그들은 깨어날 수 있을까. 아니면 깨어나고 말고는 남겨진 이들에게는 중요한 것이 아닌 것일까.


 피터 틸이나 레이 커즈와일 같은 똘똘하고 유명한 사람들까지 냉동인간 신청을 했다는 사실을 보고 좀 놀라웠다. 어쩌면 이들은 생명연장이 마지막 또 하나의 도전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어디선가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직까지 인류의 최초의 이야기로 여겨지는 '길가메시 이야기'는 약 4000년 전쯤에 씌어진 것으로,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견된 점토판에 수메르 지역의 전형적인 쐐기형태 아카디아 문자로 씌어진 이야기다. 

점토판에 쐐기문자로 씌어진 길가메시 이야기

 우륵의 왕이었던 길가메시는 그를 멈추기 위해 신이 만든 엔키두와 싸우지만, 둘은 곧 친구가 되고 함께 모험도 떠난다. 그러다 엔키두가 신의 벌로 죽자 길가메시는 슬픔과 고민에 빠진다.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방법은 없을까?


 하루하루 연명하고 생존만을 위해 살던 인류가 드디어 '죽음'을 발견한 것이다.


 그래서 길가메시는 영원한 삶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이 여행의 끝에서 길가메시는 무엇을 찾아냈을까?


 사실 사람이 영원히 사는 방법은 이미 있다.

 그것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삶이 길어도 살아온 시간들이 무의미하고 지루했다면 그 삶은 살아있는 것이 아니며, 함께 있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면 그 시간은 그가 사라지거나 우주가 사라진 뒤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길가메시 이야기의 끝도 비슷하게 끝난다. "네가 찾는 그런 삶은 영원히 찾을 수 없을 것이야. 사람이 태어날 때 이미 죽음을 그 삶의 일부로 안고 태어났기 때문이지."


 길가메시는 결국 남은 삶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기로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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