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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진우 Oct 05. 2022

#공짜로 주는 것은 옳은가?

공공서비스, 사회가 구성원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에 대한 질문

고양시에서 청소년에게 버스를 무상지원하려는 정책을 재검토 한다는 기사를 보고 국가, 사회가 구성원에게 공짜로 사회적 기반 혹은 쓸모, 즉 서비스를 준다는 것은 옳은가? 에 대한 질문을 던져본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06528#home


 사회주의자의 입장에서는 의료, 교육 등 각종 복지를 사회나 국가가 그냥 줘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자유주의자나 시장주의자라면 공짜로 주는 것은 자원 나눔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불러올 수 있으며 결국 그것은 세금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짜나 무상이라는 말도 거짓말이다라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사람들이 '공짜'로 많은 것을 주는 나라로 흔히 사회주의 국가나 공산주의 국가를 생각해보지만, 내가 가봤던 나라 중에는 (현재는 사실 고전적인 의미의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국가라 할 나라조차도 거의 없긴 하지만) 공산주의 국가였던 중국보다는 오히려 자유주의와 시장주의가 시작된 나라인 영국에서 '공짜', 소위 사회적인 무상 서비스를 인상깊게 경험했다.


 영국에선 우선 박물관, 미술관이 공짜다. 템즈강 주위에 있던 대영박물관과 테이트모던 미술관, 빅토리아 알버트 미술관까지 다양하고 풍성한 볼거리가 있는 미술관들이 죄다 무료로 돈도 안 쓰고 입장 대기줄도 없이 자주 들락거릴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엄청나게 긴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는 파리의 루브르나 오르셰미술관과 대조적이다. 


 그리고 고속도로도 영국에서는 공짜다. 유럽 다양한 나라에서 직접 운전을 경험해봤는데, 프랑스와 이태리, 스페인을 차로 돌아보려면 기름값 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통행요금도 만만치 않게 높게 나온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런던에서 스톤헨지, 베스를 거쳐, 리버풀을 들러 에든버러까지 다녀오는 내내 한번도 톨게이트를 본 적이 없다. 거기에 더해 영국은 의료서비스(NHS)도 공짜이다. 


 정작 자유주의의 본산(?)인 영국에서 왜 이렇게 공짜인 사회서비스가 많을까? 궁금하지 않은가.


 나는 기본적으로 자유주의자고 공공의 영역이 커지는 것을 막아야한다고 생각한다. 공무원이 많아지면 사회서비스가 나아지는 것보다는 쓸데없는 규제를 만들고, 일을 위한 일을 만들어 사회의 비효율성이 커진다는 의견이다. 또한 인공지능이나 자동화로 더 나은 서비스의  패러다임으로 옮겨갈 기회가 공무이나 공사의 일자리 때문에 더뎌질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일자리들은 한번 뽑아놓으면 줄이기 힘들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구조조정도 쉽지 않다.


 그러나 분야에 따라 사회나 국가가 돈을 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곳도 많다. 한번은 국내 한 미술관의 전시회를 가면서 입장료가 2~3만원이었던 것을 보고 아, 나야 어른이고 이 정도 입장료는 내면서 이것들을 볼 수 있지만, 이런 작품들을 보고싶은 청소년들에게 이 정도의 입장료를 받는 것은 너무 비싸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영국 여행을 다녀온지 얼마 안 된 때라 더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도로에 관해서만큼은 사회가 구성원에게 공짜로 (물론 결국은 세금이지만)제공하는 것이 참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좋은 사회는 능력을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이 기업을 만들고, 투자를 받아 더 큰 일을 도모하고, 일자리와 가치를 창출하고, 그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받아 부자가 될 수 있으며 또한 정당하게 번 돈을 쓰는 것을 비난하지 않는 사회이다. 그렇게 쓴 돈은 다시 누군가의 기업을 일으켜주고 고용과 가치를 만들며 선순환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좋지 않은 사회는 무엇인가. 좋지 않은 사회는 능력을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이 일이나 기회를 잡기 어려운 사회다. 거기에 공짜나 공공이 많이 끼어든다면, 결국은 정부나 당의 힘이 커지기 때문에 서비스를 할 사람을 정부나 당이 결정하게 되고,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상품을 만들고 효율은 떨어지게 될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디자인의 옷을 입지 않고 당 고위층 자제들이 만든 옷을 입고싶어하는 사람이 있는가? 더 골을 잘 넣는 축수 선구가 뛰는 경기가 아닌 당 고위층 자제들이 뛰는 경기를 보고싶은 사람이 있는가? 공공이 많아지면 이런 사회가 된다. 그따위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위에 말한 것처럼 배움의 기회나, 좋은 미술을 볼 기회, 자유롭게 이동하여 일하고, 배우고, 새로운 것을 겪을 기회는 가능하면 더 많은 사람이 누리면 좋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자, 당 고위층 자제가 만든 서비스보다는 실력있는 사람이 만든 서비스를 쓰고 싶은 것처럼 우리는 한편으로는 돈 있는 사람들의 자제가 만든 서비스보다는 실력있고 재치있는 사람들이 만든 서비스를 쓰고 싶다. 세상에는 당 자제는 돈 있는 사람들의 자제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좋은 경험을 하고 좋은 재능을 싹틔워 세상에 좋은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사람들, 특히 어린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들은 이민자의 아이들일 수도 있고, 벌이가 좋지 못한 부모의 아이들일 수도 있다. 


 사회의 계층은 없을 수 없지만, 그 계층이 고착화되어있다면 그것 또한 좋은 사회가 아니다. 재능과 노력에 따라 활발하게 계층을 이동할 수 있는 사회가 당연히 특정계층만이 능력 보이기를 독점하는 사회보다 활발하고 더 부가가치가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박물관, 미술관이나 배움의 기회, 도로 사용의 기회는 보다 많은 사람이 누릴수록 사회에 더 도움이 될 것이고, 열명이 쓰는 것을 백명이 쓴다고 그에 비례해 관리 비용이 느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런 영역에서는 공짜로, 아니 사회가 세금으로 모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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