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이제는 고집을 거두어야 할 때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동문인 지인의 내과에서 수면내시경을 받았다.
상부 소화관 내시경 검사 69,690원 중 본인 부담 20,901원
수면 내시경 환자 관리료(위) 비급여로 본인 부담 40,000원
그밖에 내시경 세척. 소독료 15,430원 중 본인 부담 4,629원
프로포폴 주사 1,830원 중 전액 본인부담 1,830원
내가 낸 돈만 총 6만 원을 조금 넘고, 건강보험에서 나온 돈을 합해도 단돈 10여만 원이다.
물론 이 가격은 수면내시경을 할 경우이고, 수면내시경이 아니면 총액이 10만 원이 안 된다.
수면내시경에 쓰인 장비는 올림푸스, 최신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값비싸고 성능 좋은 내시경 장비이다. 입에 마우스피스를 끼고 왼팔로 살짝 하얀 주사액이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스르르 잠이 온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싼 가격에 이런 좋은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병원들이 하나 둘 문을 닫으면 어쩌지?
다른 나라의 내시경 시술요금은 얼마일까 그럼?
영국은 위내시경의 경우 170~450만 원 수준이다. (1,000~2,500파운드)
일본의 경우 수면 아닌 위 내시경이 본인 부담 10~20만 원, 보험에서 30~50만 원을 부담하여 총액 40~70만 원 수준이며 미국의 경우는 보험이 안 될 경우 200~1,000만 원에 달한다.
OECD 국가 중에서도 구매력지수(PPP) 환산까지 하더라도 병원 요금이 매우 낮은 하위권인 것은 유명하다.
https://www.oecd.org/els/health-systems/health-purchasing-power-parities.htm
예약 또한 어느 지역에 살든 내시경 검사를 잡는 데는 1~2주일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가장 저렴하게 병의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의사수를 늘려서 더 빠르고, 더 저렴한 위내시경 검사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어떻게 될 것일까?
#'저 윤석열은 삼성전자의 개혁을 책임지고 완수하겠습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뭔가 이상하다. 무슨 소리지? 총수를 잡아넣겠다는 이야기인가?
삼성전자는 민간 기업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민간 기업을 '개혁'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옛날 소비에트연방이나 중국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마찬가지로 교육개혁을 한다고 하면서 대치동 학원강사수를 늘리겠다거나 대치동 학원 가격을 국가가 정하겠다고 말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그리고 '개혁'이란 말은 연금 개혁이라든가, 복지제도 개혁 등 공공부문을 바꿀 때 쓰는 말이지, 민간 부문을 바꿀 때는 보통 워크아웃이나 혁신이라는 말을 쓰기 때문에 맞지 않는 말인 것이다. 물론 민간 부분은 변화의 주체도 스스로이지 정부가 할 수 있는 것도 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이란 말도 성립할 수 없는 말이다.
왜 그럴까?
한국의 의료기관중 94.29%는 민간 의료기관이기 때문이다.
https://m.medigatenews.com/news/2441676236
정부가 '의료개혁'이라는 말을 쓸 수 있는 곳은, 국공립병원들에 대해서만 가능한 말이다. 현재 '민간병원'의 전공의나 교수가 사표를 쓰고, 그것을 받네 마네 하는 것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삼성전자나 어떤 기업에 다니는 직원이 사표를 쓰고 그만둔다고 할 때 정부가 나서서 사표를 수리해선 안 된다고 하는 나라가 자유국가 중에 존재할까?
#의료개혁을 하려면 국공립병원과 건강보험제도를 바꿔라
따라서 '의료개혁'이라는 말을 하려면 각종 도립, 시립병원이나 국립의료원 등을 바꾸고, 투자하고, 개선하면 된다. 아니면 국가에서 운영하는 건강보험제도의 불합리한 구조나 낭비되는 부분을 바꾸고 잘라내고, 개선하면 되는 것이다.
윤석열의 '소위' 의료개혁이 시작부터 삐걱대는 것은 이런 이유인 것이다.
#모든 사람이 실수를 하지만, 어리석은 자만이 실수에 집착한다. - 키케로
'It is the nature of every person to error, but only the fool perseveres in error.'
-Marcus Tullius Cicero
#의료파업, 의사파업은 일어난 적도 없다
흔히 대중이나 미디어가 오해하는 게 지금의 상황이 '의료파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내가 아는 한 거의 99% 이상의 개원의들은 연초부터 지금까지 정상적으로 진료하고 있다.
종합병원 또한 문을 닫은 곳은 아직 한 곳도 없다.
이번 '사태'는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사직하면서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의료 위기'상황을 표현하는데 '파업'또는 '의사파업'이란 말은 적절하지 않다. 내가 알기로는 단 1명도 파업을 한 의사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파장이 커졌을까?
#현대판 노예로 부려먹는 전공의, 낮은 의료수가의 사상누각을 메꾸는 노예제도
그것은 한국의 병원들에서 의사인력 중 전공의가 차치하는 비율이 50% 정도로 미국, 일본 등의 10% 정도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사실 윤석열 정부의 '자칭' 의료개혁 이전에도 소아과, 외과 등의 필수과 이탈 현상은 이미 가속화되고 있었다. 의사 수는 계속 느는데, 왜 그럴까?
전원 무죄를 받았지만 사건 당시 의사들을 구속시켰던 이대목동 병원 사건, 응급실에서 환자를 오진한 의사를 구속한 사건 등 사회에 꼭 필요한 곳에서 애쓰는 의사를 이 천박한 사회는 가장 박대했다. 법조계와 사회의 합작품이다.
만약 소방관이 불을 끄는 일이 늦어져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구속을 시키고, 재산피해가 발생하면 배상의 의무를 지운다고 하자. 대신 소방관의 연봉은 2억으로 한다. 당신은 소방관에 지원하겠는가?
사실, 커져가는 취약 의료- 지방 의료, 중환자의료, 소아과, 외과, 응급의학과 등-에 대한 해결책은 이미 예전부터 답이 나와있었다. 간단한 것 두 가지다.
1. 고의에 의한 사고가 아닌 이상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면책
2. 지방 의료, 중환자의료, 소아과, 외과, 응급의학과 등 병원 적자의 큰 원인으로 만드는 낮은 수가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줄 것
이 두 가지만 해결되면 의사 증원 2,000명으로 사회가 감당하는 비용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도 우리 사회는 충분한 소아과, 외과 등 의사와 지역의료기관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잘못된 보건복지부 관료와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르는 대통령이 나라 전체의 의료와 국민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렸다.
#문제는 출구가 없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출구가 있다고 했지만, 현재로선 출구가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다.
지금 정부가 '자칭' 의료개혁 및 의대수 정원을 전면 백지화해도, 이번에 범죄자로 몰아갔던 대학병원의 중요한 과들의 전공의들 태반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자유란 종종 생명과도 맞바꿀 수 있는 것이다. 밤을 새우고, 소송의 위기를 견디면서도 아픈 사람들과 아이들을 치료하는 보람에 간신히 버텼던 의사들에게, 도망가면 도망가지 못하게 법으로 가두고, 범죄인으로 처벌하겠다고 한다.
누가 자유를 반납하고 소송의 위기와 지쳐버린 몸으로 일하면서도 잠재적 범죄자로 살아가고 싶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