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고기를 먹으러 갔는데, 남이 구워준 고기를 잘 집어만 먹다가 자기가 배부르니 이제 고기를 그만 시키자며 면박을 주는 사람이 있다.
내가 매우 싫어하는 부류의 사람들이다. 열심히 고기를 타지 않게 뒤집고 자르느라 본인은 먹지도 못하고 남들 챙겨준 사람의 존재도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그들은 아스퍼거 성향처럼 보인다. 고기 먹을 때도 먹은 후에도 그냥 자기가 배부르니 남도 배부르겠지 하고 생각한다. 왜 아깝게 고기를 더 시키냐며 화도 낸다.
내가 보기엔 이번에 전공의와 의대생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낸 서울대 교수들, 당신들이 전형적인 이런 부류의 사람이다. (물론 이런 말을 해도 보통 이런 사람들은 끝까지 누가 고기를 구웠는지 모르고 관심도 없다.) 당신들은 아직 고기를 먹지도 못한 이들을 비판할 자격도 상황도 아니다. 제발 정신 차려라.
일단 당신들에 대한 존칭은 쓰지 않겠다. 나는 평소에 ‘윗사람을 공경해라’란 말을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다. 사람은 윗사람도 아랫사람도 없다. 남을 배려하고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이 나은 사람일 뿐이다. 아이가 놀이터에서 다른 아이에게 “너 몇 살이야?”라고 물으면 나는 바로 “나이가 뭐가 중요해, 배울 점이 있는가가 중요하지. “라고 말한다. 당신들에게는 배울 점도 배려도 찾아볼 수 없다.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었다.’라고 하는데, 당신들에게는 침묵이 금이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전해주겠다. 그동안 한국 의료 체계가 무너져내려 갈 때는 그 알량한 보직들에 기대어 잘도 침묵하더니 왜 갑자기 이제야 침묵하지 않으려 하는가?
서울대 의대 교수 집단은 카르텔이다. 의대 교수 때나 마치고 나서도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 등 각종 공공기관에 각종 위원회 및 주요 보직으로 낙하산 이동한다. 이 기관들은 강아지 수술보다 사람수술 수가를 더 낮추고 위험한 사람을 살릴수록 적자를 보아 망하고 형사처벌받는 범죄자가 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기관들이다. 그렇게 안정되고 보장된 자리들에 있으면서 잘못된 수가와 정책들을 바로잡기는커녕 망가져가는 것을 지켜보며 혹은 동조하면서 꿀만 빨다가 갑자기 왜 침묵하지 않겠다는 건가?
사실상 정부의 편에 서서 세금과 건보료로 먹고살면서 의료개악을 돕던 당신들이 중재자나 교육자인 것처럼 말하는 것도 웃긴다. 당신들이 지금 의대생들처럼 소중한 젊은 날을 허송세월하면서, 전공의들처럼 주차 아르바이트, 배달 아르바이트하면서도 힘겹게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보낸 적이 있는가? 우리가 낸 세금과 보험료로 먹고살면서 세금으로 메꿔주는 연금까지 받을 수 있으니 의사들의 팍팍한 현실이 딴 세상 이야기처럼 들리는가?
의료붕괴 문제에 생산직, 서비스노동자와 자영업자 이야기는 왜 하는 걸까? 당신들은 개업의사들도 종종 망하고 사채를 빌렸다 건달에게 쫓기기도 하는 건 아는가? 집 담보로 대출을 받아 개업하고 망해 큰 빚을 지고 지방 병원을 전전하는 의사들도 많다는 건 아는가? 사실상 사무장 병원 같은 재단이 하는 건강검진 업체에 아르바이트로 이 동네 저 동네 떠돌아다니며 푼돈 버는 의사는 아는가? 우물 안에 개구리처럼 새장 안의 새들처럼 주는 모이만 먹으면서 편하게 살고 있다 보니 세상이 다 편한 불평으로만 보이는가?
자영업자의 75%는 소득이 100만 원 이하이고 그중 소득이 0인 사람이 100만 명이라고? 당신들은 사업자등록등 내러 구청에는 한번 가봤는가? 그 통계가 주부나 다른 일을 하면서 사업자등록증만 낸 사람까지 포함이란 건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겠지? 세상물정을 인터넷으로만 배우려 하니 그런 것이다.
그리고 도대체 의료붕괴 이야기에 갑자기 소득 적은 사람들 이야기를 끌어들이는 건 공산주의 사상인가? 당신들은 다 같이 못 사는 대한민국을 원하는 건가, 먼저 번 사람이 기업과 일자리를 일궈 다른 사람도 잘 살게 하는 대한민국을 원하는 건가? 전자라면 당신들 월급부터 자영업자 평균으로 반납하고 시작해라. 도대체 이 상황에서 국민들이 낸 돈으로 가장 철밥통에 카르텔인 당신들이 자영업자 소득 이야기를 끌어들이는 이유도 명분도 도대체 나는 알 수가 없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중산층이 붕괴하고 소득이 낮아진 사회를 만든 것은 기성세대와 정치와 행정 하는 사람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업보와 책임이다. 지금 미안하고 반성해야 할 사람들이 젊은 의대생과 전공의들에게, 당신들 은퇴하면 놀고먹을 연금 재원 내 줄 사람들한테 말하는 게 가당한 일인가? 창피한 줄 알 일이다.
응급실 응급처치, 정맥주사 잡기를 응급 구조사나 간호사에게 배웠다는 말은 도대체 어느 나라 이야기인가? 나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나오며 기관삽관, 정맥주사 등의 술기를 다 해봤지만 모두 선배 의사들에게 배웠다. 서울대 의과대학병원 수련체계는 그런가? 정말 그렇다면 월급 받고 가르치지도 않은 당신들을 자아비판부터 하지 이게 무슨 소리인가?
그리고 언제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다른 보건직역인 사람을 비난했는가? 의사가 할 일을 다른 직역이 해서는 안 된다고 했겠지. 당신들의 무의식에서 다른 직역을 비하하는 마음이 은연중에 드러난 것 아닌가?
당신들이 일말이라도 대한민국 사회의 내일을 생각한다면, 붕괴되어 가는 의료체계를 언발에 오줌누기, 전공의들의 희생으로 잠시 한두 명 더 살리고 앞으로 수천수만 명을 더 사망하게 만들기를 원하는 게 아니라면 의사 200명 중 한 명이 형사기소되고 21.7%가 유죄 판결을 받게 만들고 중환자와 응급환자를 볼수록 적자의 늪에 빠지게 만든 정부와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을 비판해라.
절대 그럴 수 없겠지. 당신도 그들 중의 일부니까.
그렇다면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는 침묵하라.”
-2025.3.23. 의대생과 전공의를 지지하는 개원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