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놀다 보면 잘 놀게 될거야!
시누이의 아들, 네 살배기 남자아이 Troy는 혼자서도 잘 논다. 시댁에 어른들하고만 남으면 심심할 법도 한데 혼자서 온갖 놀이들을 만들어서 논다. 오늘은 누가 브로콜리를 몰래 잘라갔다면서 시댁 뒷마당을 샅샅이 수색하며 수사반장 놀이(?)를 했다. 종종걸음을 했다가, 소리를 질렀다 하는데 보는 사람도 덩달아 신이 났다. 언제고 기분이 내킬 때면 플레이도우로 파스타 면을 뽑아주고 빵을 구워준다. 커피를 탔다면서 손으로 조몰락거리던 찰흙 덩어리를 건네줄 때는 얼른 고맙다는 말과 함께 커피 들이키는 시늉을 해야 한다.
그래, 네 살 Troy에게는 따로 장난감이 필요 없다. 할머니가 흙을 파다 만 삽, 마당의 고무호스, 할아버지의 슬리퍼 같은 것들로도 얼마든지 재밌게 놀 수 있다. 마음대로 안 되는 인생을 잘 사는 건 '매일 얼마나 잘 놀았는지'에 달렸는지도 모르겠다. '일'은 몰라도 '놀이'는 결국엔 내 마음가짐에 달렸다. LA에 온 뒤로 서울에서처럼 한글로 된 책을 못 읽고, 영화를 못 본다고 뾰루퉁해 있던 마음이 풀린다.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놀다 보면, 언제 어디서나 잘 놀게 되겠지, 너처럼 나도.
가난하지도, 부유하지도 않은 나의 오늘이 애틋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