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범, 집 관리와 대인관계
<전원생활하지 말아야 할 이유>라는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됐다.
많은 영상들에서 지적하는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1. 교통 불편
2. 야간 활동 불편
3. 배달이 안된다
4. 벌레, 해충
5. 마당 관리 잡초
6. 방범
7. 난방비
8. 집 관리
9. 대인관계
이제 6,7,8번과 9번에 대한 얘기를 마저 해 본다.
세 번째는 방범과 집 관리에 대한 것이다.
우선 방범 문제다. 도시와 비교해서 시골의 범죄율이 더 높을까? 2016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단위면적당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5대 강력범죄 건수가 많았다. 그렇다면 전원생활에서 치안을 걱정하는 데는 심리적 요인이 더 크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인적이 드물고, 밤의 조도가 낮아 위축되는 데다가, 주택의 낮은 층고 때문에 누가 들여다보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말이다.
장벽이 없기에 작은 소음도 크게 들린다. 더구나 고라니 울음소리처럼 처음 듣는 소리도 많다. 가로등이 곳곳에 있어 환히 불을 밝히지만 도시의 그것만 하겠는가. 그래도 불안하면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CCTV(저렴한 제품이 많다)를 설치하고, 태양광 정원등(역시 저렴하다)도 곳곳에 밝혀 보면 어떨까?
어둠에 대한 경계심은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적응이 되리라 생각한다. 땅은 어둠 속에 있지만 하늘은 오히려 뚜렷해지는 날, 달과 별이 얼마나 밝게 빛나는지 새삼 깨닫고 기뻐하는 날이 온다. 풀벌레 소리조차 요란하게 느껴지는 고요함 속에 나의 내부로 침잠하는 순간. 너무나 고요해서 완벽한 적막을 경험할 때쯤. '아, 오길 잘했네' 하면서.
시골은 일교차가 크다. 수도권보다 남쪽인데도 주변에 산이 있기 때문인지 기온이 2℃ 정도 낮다. 심야전기보일러를 쓰고 있는데 지난겨울에 요금이 꽤 나왔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온도조절기를 적절히 사용하여 난방비를 절감한 사례가 있어 따라 했더니 사용량이 다소 줄었다. 세상엔 참 선한 사람이 많다.
집이 넓어서 보조난방 수단으로 화목난로를 설치했다. 나무를 따로 구입하고 야적해서 건조했다. 매일 난로 청소와 땔감 준비에 번거롭기도 하지만 열효율도 높고 조금 지루한 겨울밤에 소소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고구마도 굽고 무엇보다 불꽃이 주는 안온함이 추위와 긴 어둠을 잊게 해 준다.
시골 전원주택에 살며 스스로 집 관리는 가장 큰 번거로움이자 새로운 놀잇감이다. 신축한 경우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년수가 지난 주택은 필히 보수해야 할 일이 생긴다. 아파트처럼 관리사무소가 따로 없다. 용역을 의뢰해야 하는데 업체 수도 적고, 거리도 멀어서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차라리 자재와 장비를 사서 직접 수리하자는 마음이 생긴다.
직접 해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임을 알 수 있다. 조급해 하지만 않는다면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어렵지만 각종 장비를 사용하는 것도 금세 익숙해진다. 골프채를 바꾸듯 공구 장비를 교체하는 분들도 많다. 실용성이야 골프채에 비할 바 아닌 것이, 작업이 놀이가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어려운 문제가 남았다. 관계다.
농어촌지역의 범죄율이 도시보다 낮은 이유는 지역사회 내부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서로 감시하고 관여함으로써 범죄 발생을 줄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쉽게 말해 사생활 보호가 어렵다는 얘기다. 정답은 없지만 1년 4개월의 내 경험에 비추어 얘기하자면 이렇다. 무엇보다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집을 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프라이빗한 생활을 원한다면 가구 수가 적은 마을을 택한다. 너무 외딴곳은 외지인으로서 정보 습득과 응급상황 대처가 어려워 득 보다 실이 많다. 논밭이 가까운 곳도 피한다. 농번기에 번거로운 일이 생길 수 있고, 냄새나 농약과 같은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술을 피해야 한다. 피치 못해 술자리에 참석하더라도 아예 못 마시거나 안 마셔야 한다. 싸움의 발단은 항상 술이다. 빨리 친해지기 위해 또는 대접하기 위해 꼭 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주말에만 들르는 5도 2촌 생활자는 관계 부담이 덜하다. 정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마주치는 시간도 적고 적당한 거리감도 유지할 수 있다. 또 마을 주민들도 이해관계가 적어서인지 너그럽게 대해준다.
반드시 집을 사서 5도 2촌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살아 보고 결정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어떤 경우든 기본은 공손한 자세와 이웃을 존중하는 행동이다. 노령인구가 많기에 더욱 그렇다. 그렇게 해도 갈등이 생길 수 있고 맘이 안 맞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다. 나를 도와줄 사람이 반드시 한 명쯤 있는 법이니까.
살다 보면 어디 힘든 이유가 네 가지만 있으랴마는 반대로 '도시생활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들라면 손과 발을 다 써도 부족할 것이다. 그러니 미리 움츠릴 필요는 없다. 정글 같은 도시에서도 살아남았잖은가?
테두리를 넓게 쳐주어야 한다. 어떤 면에선 부족하고 어떤 면에선 만족스럽다. 기꺼이 감수할 수도 있고 자신이 더 비중을 두는 방향에 맞게 바꿔 나갈 수도 있다. 5도 2촌 주말의 정원 생활, 하지 말라고 할 것이 아니라 슬기로운 전원생활을 공유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