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ld never bothered me anyway
It's funny how some distance makes everything seem small
And the fears that once controlled me can't get to me at all
It's time to see what I can do
To test the limits and break through
No right, no wrong, no rules for me
I'm free
추위는 날 더 이상 못 괴롭혀
조금 떨어져서 보면 재밌게도 모든 게 작아 보여
한때 날 감쌌던 두려움도 더는 날 괴롭힐 수 없어
내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때야
한계를 시험하고 뛰어넘어
옳은 것도, 틀린 것도, 구속도 없는
나는 자유로워
영화 겨울왕국의 ost로 2014년 국내 개봉과 함께 모든 미디어에서 울려 퍼진 Idina Manzel의 <Let it go>. 영화 속에서 눈사람 울라프는 벽난로 앞에서 녹아내려가며 안나에게 사랑에 관하여 명대사를 던진다.
"Some people are worth melting for."
'자연을 집 안으로.' 전원생활을 시작하며 큰맘 먹고 고가의 벽난로를 설치했다. 마침 유명 브랜드의 세일 제품을 구입했는데 훨씬 비싼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나로서는 꽤 고가품이다. 그동안 고생했다고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 연통 설치를 위해 천정과 콘크리트 옥상을 뚫었는데 운반 및 설치비용이 추가됨을 의미한다.
화목난로가 하드웨어라면 소프트웨어인 장작을 구해야 한다. 1톤 트럭 가득 실어 3루베, 루베당 15만 원이니 90만 원어치(운반비 별도)는 사야 겨우내 넉넉히 땔 수 있다. 주말에만 땔 것이니 3루베만 샀다. 장작을 파는 곳이 생각보다 많지 않을뿐더러, 거리가 멀면 운임과 시간 때문에 사거나 팔고 싶어도 뜻대로 안 되는 경우도 있다. 평소 가지치기를 한 후 손가락 굵기 이상의 나뭇가지들을 살뜰히 모아 말려서 쓰는 이유다.
장작은 참나무가 다른 나무에 비해 불이 잘 붙고 화력도 좋다. 봄에 사서 말려 쓰는 것이 싸게 사는 방법인데 햇볕에 말린다기보다 바람에 말리는 것이기 때문에 통풍이 중요하다. 습한 곳에 보관하면 금세 곰팡이가 핀다. 함수율을 측정해보진 않았지만 11월까지 잘 말려 쩍쩍 갈라지면 겨울에 쓰기에 무난한 것 같다.
① 첫 해엔 10월에 대추나무와 살구나무 장작을 샀다 ② 올해엔 5월에 미리 참나무 장작을 샀다. 장마에 습기로 곰팡이 핀 장작을 말리기 위해 퍼걸러 옆에 보관대를 설치했다 화목난로는 보조수단일 뿐 겨울 난방을 전적으로 책임지지는 못한다. 조금이라도 효율을 높이기 위해 화목난로 곁에 젖은 수건이나 빨래를 널어 준다. 습도를 높이면 온기가 잘 전달되어 실내온도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호흡기 건강에도 좋다. 온습도계를 곁에 두고 실내 적정 습도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불을 피우는 모습이 다양하다. 아이들은 어떻든 불꽃이 활활 타올라야 재미를 느끼는 모양이다. 빨리 불을 붙이기 위해 쏴아하며 가스토치를 쏘아 불을 붙인다. 사실 이 방법이 가장 쉽다. 캠핑을 가 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빨갛게 불붙은 재가 날려 위험해도 자꾸 장작을 쑤셔 넣어 거센 불꽃을 만들기 위해 애쓴다.
반면 노회 한 늙은이들은 무리하지 않는다. 처음에 나무껍질이나 가느다란 가지를 불쏘시개로 굵은 장작 밑에 깔아 바람이 잘 들게 쌓아놓는다. 신문지 조금 구겨 넣고 성냥불 하나 툭 던져 넣는다. 나무가 잘 타도록 적당한 크기의 나무를 추가하며 적당히 오래가도록 불길을 만든다.
어른 장딴지 크기의 굵은 나무를 넣었더니 연기만 많이 나고 불이 잘 붙지 않는다. 참나무 껍질과 가는 가지들을 추가로 넣으니 금세 활활 타오른다. 제법 불길이 세져서 이젠 더 굵은 놈을 넣어도 되겠다. 실한 크기에 잘 마른 장작도 불쏘시개가 없으면 제 구실을 못한다. 불쏘시개가 쉽게 타오른다 해도 불을 오래도록 머금을 수 없다. 모두 아는 얘기지만 대부분 착각하는 사실이기도 하다.
격렬한 불꽃의 움직임이 뜨거운 긴장감으로 바뀌어 가까이 있기가 겁난다. 농도를 달리하며 휘저어 대는 불길을 보고 있으면 마치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멍 때림의 시간. 주변의 모든 것이 아득해진다. 하지만 내게 있어 진짜 불멍은 나풀거리는 불꽃보다 빨갛게 이글거리는 잉걸불. 작은 불꽃을 머금은 채 가문 논 바닥처럼 갈라진 맑은 홍색의 잉걸 덩이를 보고 있으면 편안해진다. 아름다운 안식의 시간이다.
스러져가는 숯덩이에게 불꽃을 뿜어내던 과거는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을까? 부지깽이로 이리저리 뒤적여도 서서히 온기는 식어간다. 이제 재를 비울 때까지 난로 문을 열 일은 없다. 두껍고 굵은 나무가 한 줌도 안 되는 재로 변하는 것을 보면 이렇게 별거 아닌 것이었나 싶다. 난로와 연통이 제 구실을 하고, 잘 마른 장작으로 불을 잘 다루어 완전연소 시키면 재도 거의 생기지 않는다. 죽음이 삶의 완성이라면 마무리가 이렇게 단출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