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농사 달력

Autumn Leaves

by 잼스

텃밭 농사 달력

The falling leaves drift by my window

낙엽이 떨어져 창을 스치네

The autumn leaves of red and gold

빨갛고 노랗게 물든 가을 낙엽


<Autumn Leaves>는 오늘날 미국의 재즈 스탠더드로 통한다. 원곡은 프랑스의 걸작 샹송 <Les Feuilles Mortes>(枯葉). 프랑스 시인 Jacques Prevert의 시에 작곡가 Joseph Kosma가 곡을 붙였다. 1946년 영화 『밤의 문(Les portes de la nuit)』에서 주연인 Yves Montand이 처음 불렀고, 40년대 말 미국으로 건너가 팝송으로 불리며 가사가 사뭇 달라졌다. 역시 원곡 초반 묵직한 Yves Montand의 내레이션부터 들어야 제 맛이 난다.


아침에 일어나니 밤새 내린 비에 나무 아래 빨간 단풍잎이 수북이 쌓였다. 가을을 이렇게 보여주는구나 싶다. '고맙다.' 나도 몰래 조용히 중얼거린다. 나도 이처럼 아름답게 물들어가고 있는 것일까? 그랬으면 좋겠다.

1668321719441-4.jpg 밤새 내린 비에 단풍이 겉옷을 벗었다


Autumn Leaves도 좋지만 가을엔 역시 무, 배추다.

작년에 무, 배추농사는 시쳇말로 폭망이었다. 퇴비가 부족했고 속이 실하게 들지 않았다. 유튜브를 보고 막걸리 천연살충제를 만들어 방제했지만 진딧물이 다 마셨다. 아무리 게으른 주말농부라 자처해도 달팽이와 배추벌레가 갉아먹은 배추는 보기 안쓰러웠다. 무도 잘 안되기는 마찬가지. 결국 작년 김장은 사서 하다시피 했다.


올해는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나름 세심하게 준비했다.

8월 초, 감자를 걷어낸 자리에 배추밭을 조성했다. 스물다섯 포기 정도 심을 이랑에 퇴비 2/1포대와 석회고토 2 삽을 뿌리고 흙과 잘 섞은 후 멀칭을 했다. 옆 이랑, 특수채소를 심었던 자리에도 같은 방법으로 무 심을 밭을 만들었다.


8월 중순, 김장무를 파종하고 일주일 후 방울토마토를 걷어낸 자리에 추가로 고랭지무를 파종했다. 무가 조금 자라 뿌리가 올라오면 활착을 위해 북주기를 한다. 무, 배추는 물을 충분히 주어야 하는 작물이다. 특히 무는 수분이 부족하면 맛이 달지 않고 심하면 쓰다고 한다. 늦가을 일조량이 적어져도 무는 급성장하므로 적어도 2~3일에 한 번씩 물을 흠뻑 주어야 한다.


8월 말, 건강하게 자란( 몇 천 원 차이로 좀 더 비싼) 배추 모종을 사다가 심었다. 3일간 종이컵을 덮어 잎이 멀칭비닐에 말라붙지 않도록 했다. 다음날 병충해 방제에 특효라는 '모두싹'을 물에 희석해서 2리터 분무기로 살포했다. 이후로도 2주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뿌려주었더니 진딧물과 배추벌레는 보이지 않았다. 달팽이 피해만 조금 있었는데 눈에 띌 때마다 제거해 주었다. 무, 배추 모두 2주에 한 번씩 복합비료를 고랑에 뿌리거나 멀칭비닐을 뚫고 넣어주었다.


10월 중순의 배추와 무

역시 최고의 거름은 발걸음인가? 주말 농부가 이 정도면 만족해야 한다. 뿌듯한 마음으로 지난 일 년간 가꾸어온 텃밭 일기와 유의할 점 등을 적어본다.


3월 초에 싹이 나거나 눈이 있는 감자를 잘라 쿡쿡 심어주었다. 2월 중순부터 미리 밭 준비를 한다. 땅이 얼어 있기 때문에 투명 비닐을 덮어 일주일 정도 언 땅을 녹여준다. 하순에 삽으로 이랑을 만들며 퇴비를 넉넉히 잘 섞어주고 검은 비닐로 멀칭을 해준다. 땅을 일굴 때 굼벵이가 많이 나오면 약을 뿌려주어야 한다. 외국에선 식용으로 쓴다고 하는데 미식가들은 참고하길.


멀칭은 수분 증발을 막고 잡초 발생을 막아주어 흙이 단단해지지 않기 때문에 수확 후 벗겨내고 다른 작물을 심기도 좋다. 멀칭 한 후 텃밭 고랑에 부직포를 깔아주면 풀 뽑기에 신경 쓰지 않아서 좋다. 부직포는 비닐과 달리 촘촘한 구멍이 있어 그 위에 비료를 뿌리고 물을 주면 스며든다. 특히 비올 때 흙물이 튀지 않아 이파리에 병균이 전파되는 것을 막아준다. 한번 깔고 일 년 내내 쓰면 된다.


3월 하순 절기상으로 춘분 즈음에 흙 속 깊이 젖도록 충분히 물을 준 이랑에 당근쌈채소 씨앗을 파종했다. 적상추, 양상추, 고수, 치커리, 케일 등. 멀칭은 필요 없다. 싹이 5~7cm 이상 자라면 약 15cm 간격으로 솎아준다.


쌈채소는 뿌리도 얕고 솎아내기도 자주 하는 데다가 다른 식물들 옆에 심으면 낮은 키 때문에 가려져 일조량이 줄어들기 쉽다. 텃밭보다 플랜트박스에 별도로 심어 기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플랜트박스에는 원예용 상토와 일반 흙을 1:1 비율로 섞어 담는다. 솎을 때나 수확할 때 쪼그려 앉을 필요가 없어 편리하고 텃밭이 넓어지는 효과도 있다. 수확이 끝난 플랜트박스에 가을 화초를 옮겨 심으면 커다란 화분이 된다.


4월 초~중순에 애호박과 오이 씨앗을 심었다. 대체로 발아가 잘 되지만 만일을 위해 보통 2~3알을 파종하는데 심는 간격을 60cm 이상 넓게 한다. 발아가 된 후 공간이 넉넉하면 5월 초에 한번 더 파종한다. 시차를 두고 길러 수확의 쏠림을 막고 그 기간을 연장하는 방법이다. 줄기가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가급적 2m 이상 높은 지지대를 세워주고 넓은 구멍의 그물망을 설치한다. 내년엔 지지대에 줄을 매달아 내려 기르는 방법을 시도해 보려고 한다. 커가는 동안 호박류는 비료를 많이 필요로 하고 오이는 수분 공급이 가장 중요하다.

작년 가을에 심은 유채가 어느 정도 자라 잎을 따서 무쳐 먹었다.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제주도에서는 비빔밥 재료로 널리 쓰인다.


4월 하순, 절기상 곡우 지나서 농약사 또는 농자재 마트에서 파는 고추 모종을 사서 심었다. 성장 후 통풍을 생각해서 넓게 띄워 심는 것이 좋다. 50cm 이상 자라면 지지대를 세워주고, 자라는 추세에 맞춰 네댓 번 고정끈을 매 주거나 집게로 고정해 준다. 고춧대 하단부는 흙물이 튀어 병균이 번질 수 있으니 바닥에서 약 20cm 정도까지 순을 제거해준다. 이파리를 떼어내도 광합성에 무리가 없어야 하므로 서두를 필요는 없다.

방울토마토 모종도 이 시기에 같이 심는다. 키가 크게 자라므로 나중에 지지대를 설치할 때 감안해야 한다. 간격을 넓게 띄워 심어야 성장에 지장이 없고 나중에 수확하기 편하다.

애호박과 오이 파종을 못했다면 이때쯤 모종 사다가 심어도 된다.


5월 중순, 고구마순을 사다가 심었다. 유채를 걷어낸 자리에 퇴비를 넣고 멀칭 후에 바로 심었다. 오래전에 사둔 퇴비라서 가스가 다 날아간 것을 확인했지만 보통은 퇴비를 넣고 삽질로 섞어 미리 밭을 만들어 둔다. 생육기간은 밤고구마 100일 이상, 꿀고구마 110일 이상, 호박고구마는 130일 이상이므로 품종별 기간을 따져보고 수확하면 된다.


여기부터는 잔소리... 어떤 분에겐 꿀팁.

주말농부도 농부다. 각종 채소의 순 따기, 솎아내기, 김매기, 생장점 자르기 등 작물별로 필요한 것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시도해 봐야 한다. 무농약 재배에 대한 신념이 있다면 모르되 병충해를 막아야 한다면 친환경 농약을 언제 어떻게 살포해야 하는지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전업농은 토양분석을 하기도 하지만 조그만 텃밭을 일구는 주말농부로서는 휴경 기간에 낙엽, 왕겨 등을 덮어 양분을 공급하는 정도 해주면 좋을 것 같다. 흙이 양분을 보충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같은 작물을 해마다 같은 곳에 심지(연작이라 한다) 않는다. 씨앗과 모종도 (돈 좀 더 주고) 잘 생긴 놈으로 모셔온다.


5도 2촌 주말농부에게 날씨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주중의 날씨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말에 작업을 했다면 반드시 물을 흠뻑 주어야 한다. 특히 생장 초기 가뭄이 심하면 싹이나 모종이 말라죽는다. 풀이나 짚을 덮어주면 수분 증발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주말에 물을 주고 가야 할지 애매한 경우엔 폭우가 아닌 이상 물을 주는 쪽이 낫다. 사람의 물 주기는 해갈효과 정도라고 보면 된다. 적은 양이라도 비가 내리는 것이 상대적으로 효과가 더 크다. 특히 오이, 블루베리, 무, 배추, 수박 등은 물을 많이 먹는 작물이므로 유념한다. 태풍과 폭우 예보에는 지지대 보강과 배수 점검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제초제나 살충제는 씻겨 내려가기 때문에 비 오는 날은 피한다.


'햇빛은 식물의 밥'이라고 한다. 햇빛이 잘 들도록 작물의 키 높이에 따라 배치를 잘하여야 한다. 아무리 비료와 퇴비를 잘 주어도 영양제에 불과하다. 매일 먹는 밥에 비하겠는가? 고구마 같은 경우는 퇴비를 많이 넣지 않지만 호박과 옥수수 등은 퇴비를 많이 필요로 하고 대부분의 작물이 추비(추가로 주는 비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주기적 공급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더 세세한 사항은 앞으로 5촌 2도가 본격화되면 작물별로 정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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