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가꾸기

Stand by your man, Carla Bruni

by 잼스

Sometimes it's hard to be a woman

Keep giving all the love you can

Stand by your man


원곡은 1969년에 발표한 Tammy Wynette의 노래지만 전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의 부인 Carla Bruni가 리메이크해서 부르기도 했다. Tammy가 여름 햇살 같은 소리라면 Carla는 가을을 머금은 목소리. 둘 다 좋다. 갑자기 웬 old pop이냐 하겠지만 가사에서 'woman'을 '텃밭 농부'로 'man'을 '채소'로 바꾸면 딱 맞을 것 같아서 흥얼거리며 불러봤다.


'최고의 거름은 농부의 발걸음'이라는 말이 있다. 애정과 관심 이것만 실천해도 텃밭농사의 반은 끝난 것이 아닐까? 텃밭이나 정원에 나갈 때 한 번씩 불러본다. Sometimes it's hard to be a farmer or gardner ~~~ Keep giving all the love you can ~~


내가 먹을 것을 가꾸는 것이니 서툴다고 잘 못 키운다고 스트레스받을 것 없다. 남들과 비교는 더더구나 할 필요 없다. 조금만 심어도 한 철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오히려 너무 많이 기르면 처치 곤란이다. 내가 먹을 만큼만 가꾸자. 특히 쌈채소는 주변에 나눠줄 곳이 없어 버리게 되면 죄책감만 생긴다. 방법이 있다. 열흘에서 보름 단위로 파종 시기를 조절하여 조금씩 키우면 수확시기가 이연 돼서 오래 먹을 수 있다. 사실 쌈채소는 씨앗이 너무 작아 파종할 때 양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살짝 골을 만들어서 솔솔 뿌리려 해도 왕창 쏟아지기 십상이다. 아무려면 어떻겠는가. 솎아주면 되지. 어린 쌈채소는 비빔밥에 얹어 먹거나 샐러드로 먹으면 온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텃밭에 각종 채소가 넘쳐나는 계절에 들깻잎, 상추, 호박잎, 케일 등 쌈채소는 싱싱하고 부드러워 여러 장 싸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다. 쌈의 계절이 지나 가을에 접어들어서도 어린 고추를 쌈장에 찍어 먹는 맛은 무엇에 비할 바 없다. 텃밭을 가꾸는 사람만의 특권. 새끼손가락보다 작고 야들야들한 풋고추를 양껏 맛볼 수 있다. 그렇게 맛나고 간소한 밥상이 어렵지 않게 차려진다. 단지 입을 크게 벌려 못생겨지니 서로 시선을 피해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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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에서 일 년 내내 키워 먹을 수 있는 작물은 없다. 또 시기를 놓치면 잘 자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제철음식이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3월에 파종하니 4월 말부터 수확해서 9월 말이면 대부분 수확이 끝나고 고추와 무, 배추 정도만 남는다. 일 년 중 약 5개월간 싱싱한 채소를 즐기고 가을에 김장으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저장할 수 있는 작물(감자, 고구마, 밤)의 재배와 저장 식품(시래기, 곶감, 김치)으로 만드는 기술은 대단히 요긴하다.


가로세로 8.5 × 3.5(10평) 크기의 텃밭과 플랜트박스에서 올 한 해 수확한 작물의 양을 따져보았다. 작년에 파종한 유채는 만족스러운 수준이었고, 열무, 상추 등 쌈채소도 아주 넉넉히 잘 먹었다. 감자 1박스, 애호박과 오이 각각 30개 정도, 옥수수 10개. 그밖에 고수, 치커리 등 특수채소도 풍성했다. 방울토마토는 9월 초 태풍이 오기 전까지 실컷 따 먹었다. 모종으로 심은 아삭이고추 20주와 청양고추 5주도 훌륭하게 자라 10월 말까지 넘칠 만큼 열매를 주었다. 수박은 한 덩이 만들었으나 아랫집으로 굴러 떨어졌으니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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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방울토마토 ②10월초 텃밭 전경 고구마, 배추, 무, 고추, 적갓이 자라고 있다. ③옥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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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실패한 고구마 틀밭 ② 애호박과 지지대 모습 ③ 10월 중순의 배추밭이다


실패한 작물은 들깻잎이 거의 발아가 안되었고, 단호박도 인공수정을 해주지 않아서인지 수확이 3개에 그쳤다. 당근도 수확하긴 했지만 작고 맛이 써서 실패에 가까웠다. 기대를 많이 했던 호박고구마는 참패! 겨울 동안 화목난로에 구워 먹기 위해 두 두둑이나 심었는데 잎만 무성했지 수확량은 한 상자에도 미치지 못했고 크기도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다행히 무, 배추와 적갓은 실하게 자라고 있어 몇 군데 나눠주고도 김장은 무난할 것 같다. 작은 텃밭에 꽤 많은 종류의 채소를 길러 대체로 양호한 작황이 있었으니 아쉬움은 뒤로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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