눕지 않고 걸을 수 있었던 날에

by 잼스

훼로 가는 기차표를 환불하러 다낭역엘 갔다. 기차를 타보니 승합차를 이용하는 게 여러 면에서 낫다. 역까진 꽤 멀지만 눕지 않고 핑계 삼아 걸으니 좋다. 몸을 움직이면 삶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낙관적 착각이 생긴다. 수수료를 뗀 환불 영수증을 받아 들고 오는 길에 미술관을 향했다. 박물관, 공연장과 달리 미술관은 다낭에서 유일하게 예술적 허영을 채울 수 있는 곳이다. 작년과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그래도 어슬렁거리다 보면 괜스레 없던 미적 충동이 느껴지고, 그런 걸 느껴야 할 것만 같고, 놓쳤던 어느 구석이라도 발견하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만 같다. 다시 보니 반갑다 말고는 특별한 인사 없이 나와서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넴루이를 먹고 집으로 돌아와 걸음 수를 체크해 보니 만 육천 보를 걸었다. 발바닥을 주무르다 하루 만에 기침감기를 날려준 베트남 약효를 깨닫는다. 놀랍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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