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호에서 302호로. 아침 일찍 작은 소동이 있었다. 곰팡이 냄새가 심해서 다른 방과 바꾸느라 부산을 떨었다. 지난가을 심각했던 홍수의 여파가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이쯤에서 중요한 건 호스트의 태도다. 지체 없이 방을 교체해 주었고 친절하게 확인도 했다. 물론 여건이 되었겠지만 고마운 인연이 아닐 수 없다. 낯선 환경에 스스로 뛰어든 긴장감, 어떤 사건이 발생할지 모를 불안감, 새로운 도전과 마주하는 흥분감, 익명의 세상을 자초한 고립감. 하우스 노매드의 팽팽한 일상을 조금 느슨하게 해주는 건 이처럼 좋은 만남과 인연이다. 덕분에 숙소 주변부터 올드타운까지 어슬렁 거리며 나 없는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묻고 다닐 여유를 가졌다. 거듭된 풍파에 따스한 노랑은 계속해서 덧입혀졌지만, 시간이 스며들어 되돌리기 어려운 검정은, 두려움 없이 늙어가는 도시의 묵직한 존재감을 느끼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