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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잼스 Nov 25. 2022

아미산마을로 오는 길

보령시청에서 풍년골까지 / 내 마음

시청에서 마을까지 약 13km. 

시청 주변엔 해양경찰서, 소방서, 문화예술회관 등 주요 기관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집까지 차로 약 20분 걸리는 길을 정리해 본다. Welcome aboard! 문예회관 지나 오른편으로 보령베이스cc가 있다. 같이 라운딩 한 지인들의 말을 옮기면 '관리가 잘 된 퍼블릭 골프클럽'이다. 


언덕배기 성주터널 출구 바로 왼편에 성주산 전망대와 패러글라이딩장 표지판이 보인다. 구불구불한 포장도로를 거슬러 올라가면 성주산 일출전망대가 있다. 일출과 함께 인근의 양각산, 성주산, 옥마산을 전망할 수 있다. 바래기재라 불린 이곳은 아내가 과거 보러 가는 남편을 바래다주고, 돌아오기를 바라던 곳이라 한다. 후일엔 보령~성주 간을 이어주는 국도로 쓰였다 하니, 올레길로 변신한 지금의 모습은 그야말로 桑田碧海다.


왼편으로 성주산 올레길이 있다. 이 길의 백미는 해발 601m에 있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다. 분지형태의 활공장의 옥마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보령시내와 서해바다의 풍경은 말 그대로 장관이다. 올레길을 다녀올 시간이 안되면, 올레길 입구 오른편에 옥마정이라는 팔각정으로 간다. 여기에서도 대천항과 원산도, 삽시도 등 서해의 보물 같은 섬들과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두 곳 모두 일몰 감상의 적지다.


다시 성주터널로 돌아와 비탈길을 조금 내려오면 오른편으로 무궁화수목원이 보인다. 산림청 공모사업으로 조성되어 2017년 개원한 이곳은 7만여 평의 면적에 300여 종의 무궁화와 약 1,100여 종의 다양한 식물과 함께 생태연못, 무궁화 테마공원, 잣나무 체험 숲 등 다양한 시설이 조성되어 있다.  


수목원을 지나면 성주로터리가 나온다. 왼편 먹방골 방향 900m에 성주사지가 있다. 먹방은 먹는 방송이 아니라 예전에 그을음을 이용해서 먹을 만든 곳이라서 먹방골로 불렸다 한다. 성주사지는 백제 법왕 때 건립된 사찰터로 통일신라 시기에 최치원이 쓴 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국보 제8호)와 보물로 지정된 석탑 세 점 등 귀중한 사료적 가치를 지닌 유물과 초석이 남아있다. 


① 성주사지  ②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③ 성주산 일출전망대 (사진 출처 : 보령시청)


로터리 주변에는 맛난 음식점이 많다. '성주별난버섯', '황해원'과 면사무소를 지나 성주산 화장골 계곡으로 가는 길은 '다슬기참맛', '산마을밥상', '배가네생선구이', '남포집' 등 다양한 메뉴의 맛집거리다. 화장골의 유래는 풍수지리와 연관되는데 『성주산팔목단(聖住山八牧丹)』중 하나가 이곳에 숨어있다고 하는 산신의 말에 따라 모란꽃이 숨어 있는 화장(花藏)골이라 하였다고 한다.


보령의 허파 성주산의 화장골에는 성주산 자연휴양림이 있다. 느티나무를 비롯해 졸참나무, 굴참나무 등이 울창하여 낮에도 어두울 정도의 숲을 조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맑고 깨끗한 계곡이 있어 여름철 피서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엔 단풍나무숲을 조성하여 가을 단풍축제도 열린다.


이곳을 통과하면 청소년수련원과 석탄박물관 입간판이 보인다. 1995년 우리나라 최초로 세워진 석탄박물관에는 냉풍 터널, 160m의 모의갱도와 요즘 보기 드문 채탄 과정이 전시되어 있어 가족 단위의 체험 방문객들이 많다. 인근 지역은 1960년대부터 충남 탄전의 한 축으로 탄광을 개발 운영했으며, 우리나라 석탄 생산량의 10%에 해당하는 물량을 전국에 공급했는데, 1989년 정부의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에 따라 완전히 폐광되었다.

 

조금 더 하천을 따라가면 이색 맛집인 '할매묵촌'과 '우주(酒)정거장'이 보인다. 여기부터는 개화리(開花里)다. 왼편에 개화예술공원이 있다. 5만여 평의 공간에 야외조각공원과 모산조형미술관, 허브랜드, 카페 '리리스'와 체험형 '바둑이네 동물원' 등이 있는 이곳은 전체가 포토존이라서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 나들이로도 좋은 곳이다. 허브식당에서는 화사한 색깔로 장식된 별미의 꽃밥도 즐길 수 있다. 참, 바로 앞에 내가 자주 가는 화원이 있다. 자재나 화목을 착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개화예술공원을 지나면 커다란 보호수가 길 한가운데 서있고 왼편으로 알록달록 예쁜 모습의 개화초등학교가 보인다. 이제 서서히 개화삼거리에 다다른다. 오른쪽은 무창포해수욕장 방향, 왼쪽은 부여 방향이다. 왼편으로 핸들을 꺾어 성주산로에서 만수로로 접어들면 보령~부여 간 도로 확장 공사가 한창이다. 병풍처럼 눈앞에 펼쳐진 아미산이 보이면 미산면에 들어선 것. 이름이 우아한 아미산(峨嵋山), 봉우리 '아(峨)', 산 이름 '미(嵋)'자를 쓴다. 산 이름을 따서 미산면이라 할 만큼 이 지역을 상징하는 산이다. 


① 아미산 전경  ② 석탄박물관 모의 갱도  ③ 개화예술공원  (사진 출처 : 보령 시청)


버섯 영농조합과 임산물유통센터가 눈에 띈다. 양송이버섯은 유럽 원산이지만 보령의 친환경 버섯이 우리나라 생산량의 20%를 차지한다고 한다. 양송이버섯은 물에 담그면 풍미와 향기가 손상되기 때문에 물로 세척하지 말고 행주나 키친 페이퍼 등으로 가볍게 닦는 정도로 해서 요리해야 한다고.


휴게소를 지나 폐교된 도화담초등학교의 은행나무 담장과 지역 막걸리인 미산막걸리 양조장을 지나면 파출소와 농협이 있는 도화담 삼거리에 다다른다. 예쁜 마을 이름 도화담(桃花潭)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커다란 못의 이름이고, 예전에 야생복숭아가 많이 자라는 곳이어서 붙여진 것이라 한다. 못을 온통 복사꽃잎으로 물들여놓은 모습이 연상된다.


직진하면 부여로 가는 길. 우회전하자마자 도화담교가 있고 이봉주 마라톤길 표지판이 보인다. 마라톤 온라인(http://www.marathon.pe.kr/) 의 소개글. ‘보령호를 끼고도는 환상의 코스로 이봉주를 비롯 삼성전자마라톤팀의 훈련장소로 선정될 만큼 좋은 입지조건으로 보령호를 한 바퀴(28km) 도는 코스와 15km 왕복코스가 있다’.


다리를 건너면 체육공원 야구경기장과 미산초중학교가 있다. 이제 왼편으로 아미산을 끼고 오른쪽으로 가을엔 억새, 봄엔 벚꽃길로 장관을 이루는 보령호 드라이브길이 시작된다.  멀리 양의 뿔을 닮았다는 양각산이 보이고 작은 산들의 모습과 햇살이 수면에 드리우니 아름다운 호수의 정경에 노래하지 않을 수 없다.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1944년, 작곡가 김동진이 초등학교 은사인 김동명의 시에 곡을 붙인 우리 가곡 <내 마음>이다. 아마 두 소절까지는 누구나 따라 부르게 되는 한국인의 애창 가곡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보령호는 여의도 면적의 약 20배에 달하는 인공호수다. 1998년 준공된 보령댐 건설로 인해 1,400세대, 6천 지역주민들의 집터가 묻혀있는 수몰지구이기도 하다. 언뜻언뜻 예전에 쓰던 길이 물에 잠긴 모습을 볼 수 있다. 예전엔 배를 타고 민물낚시하는 곳으로 꽤 유명했다는데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에 따라 그런 모습은 볼 수 없다. 이제 '레이크 하우스 민박'을 지나 '고향가든' 음식점 간판이 보이면 왼편에 마을 표지석이 보인다. 삼십 리 길 순식간에 다 왔다. 


아미산마을 입구


나의 Querencia, 아미산마을은 사진에서 보듯 아미산 아래에 풍계리와 용수리가 맞닿아 있는 곳이다. 풍년골이라는 옛 지명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보령댐으로 인해 수몰되기 전에는 가을 들판에 곡식이 누렇게 익어가는 넉넉한 지역이었음을 알 수 있다. 또 용수리(龍水里)에는 옛날 '용바위'라는 큰 바위에서 용이 나와 승천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보령은 서해를 끼고 남북으로 길게 펼쳐진 지역 특성상 항구와 섬이 많아 관광자원과 먹거리가 풍부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대천해수욕장, 해양머드박람회 그리고 무창포해수욕장과 같은 해변이다. 또 최근엔 보령~태안 간 해저터널이 개통되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봄에는 주산 벚꽃길, 여름엔 박람회로 승격된 머드축제, 가을의 청라 은행마을, 겨울 천북 굴 축제 등 계절형 관광지가 있는가 하면 아직 가보지 못한 청천호, 오서산, 죽도의 상화원과 여러 섬들까지 그야말로 만세보령(寧)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5촌 2도를 이어갈 수 있어 감사하지만 아미산마을 거주자로서 아쉬운 것은 아래쪽 보령댐 휴게공원에서 산책용 데크길이 끊겨 주민들이나 관광객이 상류변의 억새숲을 걸어서 즐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을 주민들도 복지센터나 도화담 삼거리까지 가려면 인도가 없어서 위험하다고 하신다. 특히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분들과 생활 자전거를 이용하는 분들은 불편함이 클 것이다. 데크길이나 잔도를 설치해 보령호 둘레길이 이어지는 날을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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