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내리는 비, 우의를 걸치고 여기저기 빗속을 쏘다닌다. 시골길을 걷고, 강물 위 다리를 몇 개나 건넜다. 시내에서 벗어나니 일상이 한적하고 시야가 시원하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다. 어떻게들 알고 이 먼 곳까지 찾아들어 오는 건지 같은 취향이 신기할 따름이다. 스위치를 끄기 위해 변두리로 왔지만 뒤통수에 달린 등이 좀체 꺼지지 않는다.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고, 곁눈질하는 나. 집에서 새는 바가지는 들에 가도 샌다던가? 멀리 떠나와도 벗어나기 쉽지 않다. 과연 나는 내 마음을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북극곰을 생각하지 말자는 노력이 오히려 마음을 번잡하게 만들고 있다. 바람결만 느끼는 연습을 해본다. 비는 여전히 그칠 기미 없고, 날은 어둑해지는데 스스로에게 해줄 격려, '카르페디엠'보다 더 나은 말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