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으로 이사하기

by 잼스

한국엔 폭설이 내렸고 우린 CCTV로 눈 쌓인 시골 마당을 기웃거렸다. 반면 설을 앞둔 훼는 거리 곳곳 다채로운 꽃장식으로 물들고 있다. 혼돈스러운 계절감 속에서 다시 짐을 쌌다. 익숙해질 무렵 떠나야 하는 건 여행자의 숙명이다. 하지만 이번엔 그리 말하기 좀 남우세스럽다. 직선거리 100m, 이사라야 걸어서 5분 걸리는 홈스테이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 그래도 눈 뜨는 곳이 바뀌면 쉬워지려는 태도가 수그러든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다른 길로 걷게 된다. 함께 한 시간과 인상이 꼭 비례하는 건 아니라서 오래 머물렀다고 기억까지 특별하지 않음을 깨닫기도 하고, 한편으론 나 같은 여행자도 이곳을 변화시키는 상호작용의 한 축임을 알게 되면서 여행의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진다. 은퇴 후 올레길을 걸어보니 이전까지 각각의 점으로 흩어져 있던 제주도가 선으로 이어졌던 경험이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보다 보면 그 도시는 점으로 남는다. 그런 면에서 거처를 옮겨가며 걷는 여행은 그림을 그리기 좋은 여정이다. 점과 선, 면이 조화롭게 어울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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