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여행'을 떨쳐내기로 했다

by 잼스

어느덧 1월이 갔다. 아내는 미사를 드리러 갔다. 이곳 훼 Huế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성당이다. 작년엔 구경만 했는데 올핸 이 성지순례지에서 미사를 볼 수 있다며 밝은 모습으로 갔다. 설레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 난 작년에도 들렀던 카페에 앉아 이 여행을 생각한다. 카페는 여전하다. 다시 보니 무딘 걸 보면 내 경험과 느낌엔 한도가 있나 보다.

모두가 같은 목적으로 여행하지는 않는다. 누군가에겐 모험이, 어떤 이에겐 휴식이 필요하다. 따지고 보면 여가니 여행이니 하는 게 우리 삶에 스며든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모두 살아내기 바빴고 그마저 힘에 겨웠다. 지금도 여전히 딛고 선 현실이 답답하고, 경제적 어려움 앞에 무릎 꺾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정과는 별개로 마음 한 구석엔 나를 짓누르는 무언가가 있다. 익숙함 속에서도 새로운 걸 찾아야 한다는 욕망, 무언가 배우는 것이 있어야 하고, 도전과 변화가 수반되어야 하며 그런 여행이 좋은 여행이라는 환상, 그래야 돈과 시간을 소비만 하는 비생산적인 행위가 어느 정도 용인될 것만 같은 압박감을 떨치지 못한다.


이제 한 달 남짓 남은 여정. 대부분의 학문이 해결보다 지적에 유용한 것처럼, 의미를 찾다 보면 몸이 굳어 버린다. 어차피 내일을 잊기로 작정한 일탈이다. 대단한 욕망도 큰 의미도 아니다. 돌아가면 기껏해야 술안주 꺼리다. 새로운 경험을 좇는 예외적인 일상이니, 즐겁고 탈없이 굴러가면 그만한 게 없다. 이따금 설렘까지 찾아오면 더욱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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