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안에서 다낭으로 올 때 가장 먹고 싶었던 게 넴루이다. 호이안에 띳느엉(Thịt Nướng)으로 유명한 송호아이(sông hoài)가 있다면, 다낭엔 24-25 미슐랭에 빛나는 넴루이(Nem lụi) 맛집 콴푸홍(Quán Phú Hồng)이 있다. 둘 다 돼지고기 숯불구이면서 상추, 그린파파야, 허브 등 채소와 함께 라이스페이퍼에 싸서 소스를 찍어 먹는 것도 비슷하다. 다만 넴루이는 다짐육을 레몬그라스나 대젓가락에 두툼하게 말아 구워낸다.
개인적인 판단으론 좋은 숯불에 육즙 촉촉하게 구워내는 것이 비법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가족들의 자부심도 한몫하는 듯 느껴진다. 미쉐린 기념티를 맞춰 입은 예닐곱명의 인원은 각자 맡은 일이 정해져 있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자주 가다 보니 몇 번의 티키타카가 있어선지 서빙하는 주인장은 볼 때마다 윙크를 날리며 우릴 친절하게 잘 챙겨준다. 동년배로 보여서일까?
엊저녁엔 월요일임에도 대기하는 사람들이 우글우글 길가에 섰다. 기다리고 섰느니 시원한 강변으로 나가 다리를 쉬다가 왔다. 그래도 한동안 기다렸다가 겨우 자리에 앉았고 우리가 직접 상을 닦고서도 한참 만에야 접시를 받았다. 식당 안은 그야말로 동서양을 망라한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도 적지 않다.
고개를 박고 입안 가득 우적거리고 있는데 나중에 들어와 앉은 옆자리 청년 둘이 한국에서 왔냐고 묻는다. 얼굴을 들어보니 서양인이다. 이건 또 뭔가 싶었다. 추천해 달라며 메뉴판을 들이미는데 어디서 우리말을 배웠냐고 물어보니 대전에 살고 있다고 한다. 알고 보니 KIST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독일 학생들이다. 일주일간 휴가를 얻어 다낭과 타이베이를 여행한단다.
어디를 가봤는지, 어디를 가 보는 게 좋은지, 묻는 말에 답하다 보니 그럭저럭 우리의 여행 보따리를 풀게 됐다. 아무튼 "손흥민" 얘기로 마무리하고 헤어진 후 묘한 감정이 들었다. 반찬을 사다 놓고 나간 예정에 없던 아이쇼핑, 가게 앞에 줄 서지 않고 강변에 앉아 시간을 보낸 것과 그들을 만난 것까지. 앞으로 어떤 우연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지 기분이 탱탱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