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ing good, Nina Simone
서너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는 것이 재미있다. 조급하지 않게 리드미컬한 동작으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끔씩 그 일들이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질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설거지가 끝나자 삐익하고 세탁기에서 빨래종료음이 들리거나, 빨랫감을 널고 오니 커피포트의 물이 다 끓었을 때. 미소가 번지며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온다. "앗싸~"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 늘었다. 세상에 내 말을 열심히 들어줄 사람은 나뿐이다. 혼잣말이 많아졌다. "아, 행복하다!" 뭐가 그리 행복할까 하고 써 내려갔다.
좋은 음악을 새로 발견했을 때
방 안에 환한 햇살이 꽉 차있을 때
커피 향이 거실에 향긋하게 퍼질 때
좋아하는 노래 몇 소절을 따라 부를 때
바짝 마른 수건을 일정한 크기로 갤 때
갑자기 훅 자란 텃밭 채소를 바라볼 때
멀칭을 끝내고 난 텃밭을 뒤돌아볼 때
문득 스쳐 지나는 꽃향기를 맡았을 때
흙을 밀고 올라온 새싹을 발견했을 때
적당히 자란 잔디마당을 바라볼 때
햇볕이 등을 따뜻하게 내리쪼일 때
문득 바라본 하늘에 뭉게구름이 흘러갈 때
산등성이에 걸린 달빛이 마당에 가득할 때
타닥타닥 타오르는 불꽃에 무릎이 따스해져 올 때
못쓰게 되어 처박아둔 물건을 재활용하게 되었을 때
창밖으로 허공을 그어대며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볼 때
언뜻 나뭇가지 사이로 호수가 햇빛을 반사하며 일렁일 때
마른 이불에 햇볕 내음이 코 끝으로 스멀스멀 들어올 때
설거지해서 얹어놓은 잘 마른 컵의 안쪽이 반짝거릴 때
내가 만든 밥과 찌개, 그 첫술이 입안에서 부드럽고 맛나게 씹힐 때
당근마켓에서 싸게 구입한 물건이 집에 가져와 놓으니 잘 어울릴 때
아침에 꽃이 피길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 때 그리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도시에서 내려오는 날 보령호로 접어들 때
너무 많아 이렇게 쓰다가는 끝이 없겠구나 느낄 때
이런 기쁨과 즐거움이 쌓여 행복하다. 그리고 고맙다.
행복은 저절로 감사함을 되뇌게 되는 분위기다.
봄마중 나가듯 감자를 심었다. 봄재배는 중부지방 기준 3월 중순에서 4월 상순까지 늦서리를 피해 파종해서 6월 하순 7월 상순까지 수확한다. 조금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비닐 멀칭을 일찌감치 해둔 데다가 평년보다 기온이 1도 정도 높아서 늦서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어 실행에 옮겼다. 수미 감자를 심기로 했다. 수미 품종은 분이 적고 물기가 많아 요리용으로 많이 쓰인다.
감자를 심기 전에 씨감자를 햇빛의 반사광선이 들어오는 따뜻한 곳에서 미리 싹을 틔운다. 산광최아(散光催芽). 농사용어도 어려운 것이 많다. 재촉할 최자를 쓰는데 그냥 "미리 싹틔우기"라 해도 알아듣지 않을까? 뿌리내림을 좋게 하고 초기생육을 왕성하게 하기 위함이다. 아주심을 때 알맞은 감자싹의 길이는 3~5㎝ 정도이다. 나중에 순을 치기 번거롭기 때문에 싹 틔운 씨감자의 눈이 2~3개 되도록 잘라 심는다.
감자의 자른 부위가 밑으로 가고 싹이 위로 향하도록 15cm 깊이에 20~30cm 간격으로 심는다. 칼로 비닐에 구멍을 내고 모종삽으로 흙을 파서 씨감자를 한쪽씩 넣어준다. 아직 이른 봄이기 때문에 왕겨를 덮어주거나 비닐 위에 흙을 덮어 보온한다. 지온 유지를 위해 투명비닐로 멀칭을 했다. 싹이 올라와 10cm 이상 자라면 충실한 것으로 한 두 개 남기고 잘라준다.
고광나무와 병꽃나무 묘목을 넓은 화분에 심었다. 늦봄과 초여름에 희고 붉은 꽃을 기대한다. 한편 모종포트에 배양토를 깔고 솔체꽃 씨앗을 하나씩 심었다. 추위를 피해 선룸에서 어느 정도 자라면 화단에 옮겨 심어야지. 8월이 되면 하늘색 꽃이 필 것이다. 감자꽃은 또 얼마나 예쁜가? 그런 기대감으로 벌써 마음이 설렌다.
감자심기와 묘목·모종작업까지... 즐겁지만 은근히 허리도 무릎도 뻐근하다. 아마도 밭이 더 넓었다면, 그것이 생업이 되었다면 조금 덜 행복했을 것 같다. 감사함보다 피로감이 앞서지 않았을까? 수확에 대한 상상만큼이나 경작하는 시간과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부푼다. 적당한 면적이기에, 이제껏 잘 해왔으니 나머지 시간들도 잘 해내리라는 믿음이 두터워진다.
행복에 관한 글과 책이 넘쳐난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얘기해 왔지만 여전히 손에 와닿지 않는 것. 과연 행복이란 무얼까. 이토록 오랜 기간 찾기만 한다는 건 가까이하기 어렵기 때문일까? 사전적 정의,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가 행복이라면 우리의 만족과 기쁨은 충분치 못한 것이다.
아니, 충분치 않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바라는 행복의 크기가 갖지 못할 만큼 큰 것은 아닐까? "... 가 된다면", "... 만 있다면" 속에서 지금의 삶은 초라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멈춰서 '나'에게 물어보자. 남들의 인생에 나를 얹어 놓고 사느라 커져버린 조건은 아닌지. 자신의 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인생에 결과가 없듯 행복에도 정답은 없다. 각각의 행복이 있을 뿐이다. 그래도 이 시기에 여기 와서 생각하게 된 내 나름 행복의 조건이 있다. 내가 남들보다 우월하지 않음을 아는 것과 여러 겹의 작은 감사함을 마음에 쌓아가는 것. 오늘은 특히 세상의 모든 감자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고맙다고. 덕분에 행복하다고.
니나 시몬 Nina Simone의 남성 못지않은 깊은 저음을 듣는다. 거칠면서도 깊은 울림을 지닌 그녀의 목소리는 그녀의 유려한 피아노 연주와 아름다운 궁합을 보여준다.
그녀는 재즈, 블루스 음악 역사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인물이고, 특히 흑인민권운동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유명한 디스코 곡 "Don't Let Me Be Misunderstood"의 원곡자. 물론 원곡은 블루스, 재즈 장르의 곡이다.
Stars when you shine, you know how I feel
Scent of the pine, you know how I feel
Oh, freedom is mine
And I know how I feel
내일은 상추를 비롯한 쌈채소 씨앗을 플랜트박스에 뿌려야겠다.
완두콩도 텃밭 한편에 쿡쿡 찔러 넣어야지. 헤헤... 웃음이 실실 샌다.
It's a new dawn
It's a new day
It's a new life for me
And I'm feeling g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