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정원생활자의 초봄

April come she will, Simon and Garfunkel

by 잼스

널따란 도로용 화분에 수생식물을 심었다. 비닐봉지에 부레옥잠 6촉, 어리연 3촉, 물양귀비 4촉이 물에 잠긴 채 배송되었다. 서둘러 화분에 흙을 퍼담고 물을 댔다. 부레옥잠은 수면에 띄우고, 어리연은 화분에 심어 물에 담그고, 물양귀비는 바로 물속 진흙에 심었다. 작업은 부산했는데 해놓고 나니 아직 어린 녀석들이라 화분이 턱없이 크다. 누가 봐도 내 욕심이 드러나지만 나중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읽히면 좋겠다.


수생식물은 물의 깊이에 따라 사는 방식이 다르다. 물에 떠서 사는 ‘부유식물’, 물 밑 흙에 뿌리를 내리고 잎은 물 표면에 띄우고 있는 ‘부엽식물’, 물이 많은 흙에 뿌리를 내리고 잎과 줄기는 물 밖으로 자라는 ‘정수식물’, 전 식물체가 물에 잠겨 있는 ‘침수식물’로 분류한다. 그러니까 부레옥잠은 부유식물이고, 어리연과 물양귀비는 부엽식물이다. 부들, 갈대 같은 것은 정수식물이고 어항에서 볼 수 있는 나사말 등이 침수식물이다.


뿌옇던 흙탕물이 가라앉으니 비로소 파란 잎이 도드라져 보인다. 며칠간 이상기후로 한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초여름 날씨였다. 반면 강수량은 평년보다 턱없이 적다고 한다. 봄 가뭄으로 주변의 풀과 나무들이 버짐 핀 것처럼 푸석푸석하다. 바짝 마른 낙엽과 검불은 그 자체로 도화선이다. 바람이 불면 산과 들은 화약고가 된다. 아주 작은 불씨가 큰 산불로 번질 수 있음을 현실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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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오늘 기다리던 봄비가 내렸다. 마당의 모든 식물이 목말라하던 그야말로 단비. 호스로 뿌려대는 물로는 이런 기쁨의 표정을 읽을 수 없다. 매화는 이미 봄을 알려왔다. 수선화와 튤립 그리고 할미꽃도 흙을 헤치고 몸을 드러냈다. 차분히 적셔지는 잔디밭을 흐뭇하게 바라보다 보니 내일 새벽 기온이 급강하한다는 예보가 떠오른다. 서둘러 비닐과 끈을 준비했다.


배송 시 버리지 않고 챙겨둔 포장비닐로 수경화분을 덮고 끈으로 고정해 주었다. "내가 초보라서 너희들이 고생이 많다. 답답해도 내일 하루만 참아라~." 플랜트박스에 최근 파종한 씨앗들도 함께 돌봐야 한다. 며칠 따뜻한 날씨에 열어두었던 비닐을 다시 덮어 고정하고 빗물이 고이지 않게 구명을 몇 개 뚫어 준다.


가로세로 120cm×40cm 크기의 작은 박스가 네 개. 이곳엔 꽃씨를 뿌렸다. 백일홍, 프릴드로즈, 버베나, 족두리꽃 그리고 다알리아. 아, 작년에 심어 월동 중인 유채가 박스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180cm×90cm크기의 큰 박스에는 쌈채소 씨앗을 심었다. 선룸에는 모종트레이가 줄지어 있다. 채소로는 고추와 양배추 그리고 치커리. 파프리카와 브로콜리 모종도 어제 만들었다. 종류별로 5~10개 정도씩 심었다. 꽃모종은 유홍초, 메리골드, 솔체꽃, 댑싸리, 디모르포세카가 있다.


이런 노력은 추위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확 또는 개화의 쏠림을 조절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또 모종 만들기는 비싼 모종 구입비용을 절약하고, 한 포기씩 키워 노지에 심으면 일일이 솎아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그 외에도 외부 장애요인을 막아 초기 생육을 원활히 함으로써 좀 더 튼튼한 개체를 얻을 수 있다.


변덕스러운 봄날씨라지만 어쩌랴, 작년에도 그랬고 해마다 그래왔다. 쉽게 오면 봄이 아니다. 그래도 모두 잘 견뎌내고 꽃을 피워냈다. 힘든 과정을 겪어내야 하는 것은 자연 만물의 이치다. 살고자 하는 것은 본능이고 살아있으니 견디는 것이다. 꽃과 열매는 그다음의 문제다.


날씨는 차치하고 아직 능숙하지 않은 정원생활자의 손길에 식물들이 힘든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1년 반, 5도 2촌의 주말생활을 마치고 겨울을 보냈다. 본격적인 정원생활은 이 봄과 함께 시작되는 것이다. 아직은 이런저런 시도와 시행착오가 빈번할 수 있다. 하지만 다 알지 못해서 즐겁고 그래서 늘 새로운 하루가 기다려진다.


어색하고 투박한 내 정원생활 모습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움직일 힘을 줄 수도 있으리라 믿는다. "저렇게 하면 되겠구나" 또는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겠는데?" 하면서 말이다. 나 또한 진지하게 그러나 즐거운 마음으로 자연과 함께 하리라.


April come she will

May she will stay

June she'll change her tune

July she will fly

August die she must

September I'll remember


< Simon and Garfunkel>의 4월이 기다려진다. 5월, 6월, 7, 8, 9월도. 아유, 그래. 오롯한 사계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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