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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잼스 Apr 17. 2023

내 얼굴에게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유재하

문득 궁금해졌다. 지금 물 주고 풀 뽑는 내 모습이. 마당에 나를 비추는 거울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기억에 의존한다. 나는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러고 보니 내 마음속 내 얼굴은 아직 젊은 날에 머물러 있다. 왜지? 분명 나는 주름진 늙은이인데 왜 머릿속 이미지는 먼 과거에 가 있을까? 


휴대폰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다가 엉뚱한 곳을 누르는 바람에 덜컥 셀카모드로 바뀐다. 화들짝 놀란다. 뒤처져 따라오던 그 허상이 깨지는 순간! 


갈수록 거울 보는 일이 드물어진다. 내가 내 모습을 제대로 보는 것은 양치할 때인데 그마저 구석구석 열심히 닦느라 눈감고 한다. 샤워하고 머리를 털 때는 유리창에 김이 잔뜩 서려있다. 


그 시절의 음악을 즐겨 듣기는 한다. 뭐, 가끔은 음악을 타고 향수처럼 그 시절로 돌아가기도 하지만, 그것이 내 모습을 왜곡해서 연상하는 원인 같지는 않다. 일정한 시절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예전에도 그 음악들은 즐겨 들었으므로. 


언제부터 지금 내 모습을 외면하게 된 걸까?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서 거울 속 나와 마주 보고 앉았다. 현재의 내 모습을 각인시키기 위해서. 낯설다. 움푹 패인 볼과 늘어진 턱주름이 눈에 거슬린다. 눈꼬리도 처지고 푸석한 피부와 턱밑에 흰 수염이 드문드문 난 것이 영락없는 노인이다. 피식 웃음 짓자니 이런, 굵은 주름이 얼굴 가득 잡혀 바로 정색을 한다. 


망막에 맺힌 자연의 변화를 좇아 반짝이던 내 눈이 반대편 제 주인의 모습은 감추어주고 있었으니 나무라야 할까? 감사해야 할까? 회피하고 있었나 보다. 몸의 변화를. 더 이상 오래 버티지 못하고 거울 밖으로 나가버린다. 못났다. 살아있기에 변한 것인데 마주하기 싫어하다니.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그랬던 걸까? 그렇게 태워버린 삶의 고단한 흔적을? 인생이 누구에게나 특별하다고 생각한다면 정리를 좀 해둘 필요가 있다. 나이 든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누구에겐가 잘 보이고 싶은 것도 아니다. 기억이 끊긴 것은 더더구나 아니고. 


내외가 길었다. 눈에서 멀어진 나, 마음은 기억하지 못할 밖에. 나를 좀 더 관찰하며 살아야겠다. 미련을 버리고 현재의 나에게로 돌아와 아끼고 사랑해 주어야겠다. 고마워. 그동안 애썼다. 다 받아내느라. 힘들었지? 미안해, 눈앞의 것만 신경 쓰느라 미처 알아채지 못했어. 자주 보자, 우리.


이제 와 뒤늦게

무엇을 더 보태려 하나

귀 기울여 듣지 않고

달리 보면 그만인 것을

못 그린 내 빈 곳 

무엇으로 채워지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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