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정원, 나의 실행

Quizás, quizás, quizás, Gaby Moreno

by 잼스

벚꽃 만발하니 모두 봄이라 한다. 매화와 산수유의 시절에도 그랬지만 사실 봄을 외치기엔 공기가 싸늘했더랬다. 4월엔 확연히 달라졌다. 처음 듣는 신기한 새소리가 울타리 넘나들고, 벚꽃 잎 부풀어진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린다. 작년보다 보름정도 빠른 滿開. 보령호 벚꽃길 드라이브 코스는 6.7km. 하염없이 이어지다가 주산면에 이르러 절정을 맞는다. 열광하는 상춘객들로 한낮의 기온은 더 오르고, 자칫 사람에 치이는 봄나들이가 염려스러운데, 인파에 한가로이 마당에서 즐기는 봄이라니.


20230402_212903.jpg 집 앞 보령호 벚꽃 드라이브길


나의 정원에서도 봄은 도약했다. 수선화와 할미꽃이 피었나 싶었는데 이내 꽃잔디, 제비꽃과 목련, 개나리, 진달래, 자두꽃, 동백꽃이 활짝 터졌다. 무스카리, 히야신스, 튤립 같은 구근 화초가 깜짝 선물로 딱 하나씩 피었고, 이스라지, 복사꽃도 어느새 꽃망울을 터뜨렸다. 본심은 아니겠지만 스리슬쩍 무심히 꽃 틔우는 탓에 미처 몰라 본 아쉬움과 반가운 마음이 순간 교차한다.


지독한 가뭄에 먼지 풀풀 날리는 땅에서도 영락없이 꽃을 틔우는 힘이 놀랍다. 그만큼 너무나 비가 기다려지는 올봄이다. 넓은 면적에 한번 물 주기도 어렵지만, 가뭄에 고통을 견뎌야만 하는 분들을 생각하면 물호스를 잡은 손에 죄책감이 얹힌다. 생활오수 활용법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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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모종을 키워 꽃밭과 텃밭에 옮겨 심는다. 어느 정도 자란 카네이션과 솔체를 모종판에서 화단으로 이식했다. 양배추와 브로콜리, 치커리도 텃밭에 아주심기를 했다. 플랜트박스에선 상추와 시금치 싹이 손톱 크기로 자랐고, 열무는 숨가쁘게 자라서 열흘 후면 가장 먼저 수확할 채소가 되겠다. 아예 텃밭에서 멀칭해 키운 완두와 감자도 싹이 불쑥 솟아났다.


모종판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호박과 오이, 옥수수다. 일단 크기에서 다른 화초나 채소를 압도한다. 일주일 정도 후엔 텃밭에 아주 살 곳을 마련해 주어야겠다. 작년에 온전히 실패했던 메리골드 모종이 100% 발아해 뿌듯했고, 댑싸리도 마찬가지. 가장 애태웠던 새깃유홍초는 30 립 중 싹 틔운 것이 겨우 3개, 그것도 거의 포기한 25일 만이었다. 보통 다른 씨앗은 열흘에서 보름이면 싹을 틔우기에 하마터면 엎어버릴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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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한 달간 선룸에서 모종을 키우느라 나름 애썼다. 5도 2촌의 시기엔 촉촉한 흙 상태를 유지시키기 어려워 말려 죽이는 불상사를 겪었다. 이젠 매일 돌볼 수 있어 분무기가 필수템이 되고 키우는 작물의 가짓수도 훌쩍 늘었다. 햇볕 좋은 날엔 아침저녁으로 모종판을 밖으로 내놨다가 들여놓기도 했다. 이제 4월, 이 아이들을 마음 놓고 밖에 내놓아도 되는 시기가 되었다.


너무 서둘러 낭패를 본 것도 있다. 달리아 같은 경우 플랜트박스에 심고 밤에는 비닐을 덮어 보온해 주었지만 잘 견디지 못했다. 모종의 장점에 크게 수긍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씨앗 파종 시기인 4월에 느긋하게 직파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수경화분에 띄워 놓은 부레옥잠에도 문제가 생겼다. 갑작스러운 봄 한파에 부레가 얼어 갈색으로 변한 것이다. 다행히 곧바로 실내에 들여놓아 겨우 살렸다.


어쨌든 시도를 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좋은 것 아닐까? 거창하게 도전이랄 것도 없다. 완벽한 성공을 기대하지 않지만, 철저한 실패도 쉽지는 않다. 엊그제는 별채 외벽과 본채 처마에 페인트칠을 했다. 꼼꼼히 한다고 했지만 군데군데 어설픈 롤러질로 인해 삑사리 자국이 남았다. 멀리서 보면 괜찮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흠이 보인다. 어쩌랴, 능숙한 일꾼이 아닌 것을. 하지만 누가 뭐랄 사람도 없다. 내 울타리 안에서 내 맘대로 하는 일, 즐거우면 놀이터인 것이다.


잔디를 일부 걷어내고 상토를 덮은 후 씨앗을 뿌렸다. 잔디마당이 넓어서라기보다 키 큰 나무들 주변을 꽃밭으로 만들면 정원의 단조로움을 깰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다채로운 컬러와 굴곡진 라인이 지금의 밋밋한 정원풍경을 새롭게 변화시켜 줄 것이다. 단박에 정원 전체를 바꾸는 것은 무리이므로 꾸준히 조금씩 바꾸는 것을 즐길 것이다. 그렇게 나의 정원은 해마다 새로워질 것이다.


사랑도 인생도 실행력이 중요한 것 아닐까? 언제까지 Quizás, quizás, quizás로 애만 태울 것인가? 수많은 뮤지션들이 커버했지만 나는 Gaby Moreno의 곡을 가장 좋아한다. 비장함과 경쾌함이 공존하는 그녀의 노래. 물론 Nat King Cole도 "화양연화"의 분위기와 아주 잘 어울리는 곡이었고...


Quizás, quizás, quizás

글쎄, 글쎄, 아마도


Estás perdiendo el tiempo

당신은 지금 시간을 허비하고 있어요

Pensando, pensando

생각하면서, 생각하면서

Por lo que más tú quieras

당신이 진짜 원하는 게 뭔가요?

Hasta cuándo, hasta cuándo

언제까지, 언제까지, 이럴 건가요

Y así pasan los días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네요

Y yo desesperado

나의 마음은 타들어가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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