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라, 과실수

Thank You for the Music, ABBA

by 잼스

What a joy, what a life, what a chance

얼마나 즐겁고, 아름다운 삶인지, 또 훌륭한 기회인지

Thank you for the music, the songs I’m singing

음악과 내가 부르고 있는 노래에 감사해

Thanks for all the joy they’re bringing

노래가 주는 모든 기쁨에 감사해


영화 '맘마미아'를 보고 아바에 푹 빠지게 되었다는 분들이 많다.

1977년에 발표한 ABBA의 <Thank You for the Music>은 당시 아름다운 멜로디와 노랫말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영화 '맘마미아'의 엔딩 크레딧에 피아노 반주가 흐르고 Amanda Seyfried가 얘기를 들려주듯 부르는 이 노래도 감동적이다. 수확의 계절, 나에게 music은 fruit이고 fruit tree다.


10월의 마지막 날 모과를 땄다.

나무에 달린 참외, '목과'는 못생긴 열매를 연상시키지만 샛노랗게 잘생긴 녀석들이 더 많다. 한 손에 잡기 버거운 크기와 손 끝에 남겨지는 달달한 향기에 미소가 지어진다. 봄날의 분홍빛 꽃은 또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이제 잎은 거의 지고 노란 열매가 가지에 남아 이채롭다. 거실과 방, 테라스에 놓아두자 곳곳에 달콤한 향기가 기분 좋게 흐른다. 이웃들에게 네댓 개씩 선물하니 "모과청을 만들어야겠네" 하신다. 우리는 얇게 썰어 말려서 차로 마신다. 먹거리가 수두룩하고 방향제 또한 값싸고 흔한 요즘, 모과의 가치가 예전 같지 않지만 정원에 과실수가 있으면 이웃과 나눌 수 있어 좋다.


10월 초와 중순에 밤과 감을 수확했다.

뒤뜰에 3미터 높이의 밤나무 한 그루와 거의 같은 높이의 감나무 두 그루가 자라고 있다. 밤은 소금물에 하룻밤 담가 맑은 물로 씻어낸 후에 잘 말려 냉동해 놓고 필요할 때 꺼내 먹고 있다. 삶아 먹으면 달고 구수한 맛도 일품이려니와 한 끼니가 될 만큼 든든하다. 나는 생율을 더 선호하는데 아삭하고 군더더기 없는 청량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감은 상처 없이 잘 따야 쉽게 상하지 않는다. 하지만 잘 익은 것은 새들이 많이 쪼아 먹는 바람에 떨어지고 패인 것이 많다. 까치밥. 그래도 넉넉히 수확해서 깨진 것은 숭덩숭덩 잘라 감말랭이로, 일부는 홍시로 또 일부는 곶감으로 변신 중이다. 꼭지 딴 홍시를 숟가락으로 속살만 파서 그릇에 담아 먹으면 달콤하고 말캉한 식감에 나도 몰래 으~음하고 행복감이 새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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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봄날의 모과꽃 ② 감 ③ 밤

9월 추석이 지나 포도를 땄다.

2월에 두 마디 정도씩 남기고 가지치기를 했고 그동안 잘 자라 청포도가 익어가는 7월에 봉지를 씌워주었다. 하지만 말벌들이 봉지 속까지 들어가 열심히 냠냠. 새와 말벌이 포도를 좋아한다. 열린 것은 20송이가량 되는데 대략 7~8송이 수확했다. 맛을 보니 말벌들이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았다. 너무너무 달다.


7월엔 까맣게 복분자가 익어간다.

군 복무 시절 행군을 나갔는데 후임 병사가 산길을 걸으며 뭔가를 계속 따먹는 거다. 배고픈 군인에게 먹을거리는 눈이 번쩍 뜨이는 일. 그 능력자가 먹은 것이 바로 복분자였다. 까맣게 익은 것을 따서 그냥 먹어도 좋지만 냉동해 놓고 믹서기로 갈아먹으면 입안이 새콤달콤 상쾌하다. 사실 키우느라 지지대 받쳐준 것 외에 뭘 한 것은 없다. 알아서 잘 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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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6월의 복분자 열매 ② 7월에 포도 봉지씌운 후의 모습


6월은 매실과 보리수 수확 시기다.

보리수 한 그루와 매실 두 그루가 뒤뜰로 부른다. 올 해는 둘 다 해 걸이를 하는지 많이 열리지 않았다. 그래도 보리수는 한 양푼을 따서 맛있게 먹었다. 빨간 열매가 새콤달콤 해서 손을 멈출 수가 없다. 작년엔 수확량이 엄청 많아서 잼을 만들어 병에 담아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다. 보리수와 매실은 병충해에 강해서 별다르게 관리할 것이 없다. 매실나무는 수확 후 가지치기가 필수지만 보리수는 그마저 안 해도 된다. 봄의 전령 매화는 꽃도 예쁘지만 매실로 장아찌나 진액을 만들 수 있어 요리할 때 아주 요긴하게 써먹는다.


내 능력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사과, 자두, 배 등은 열매를 얻지 못하고 꽃을 즐기기만 하였다. 유사 DNA가 흐르는지 꽃 모양도 비슷하다. 대추 생산량 제로. 두 그루가 있는데 잎만 무성하고 열리질 않았다. 무슨 문제인지 아직 명확히 파악이 안 된다. 두고 보자, 대추! 2년생 블루베리와 무화과나무는 아직 결실을 맺지 못했다. 산수유와 복숭아는 병충해가 문제다. 열매가 다자라지 못하고 떨어져 아예 가지치기를 과감하게 해 주었다.


내년엔 모두 희소식을 전할 수 있기를...


Thank you for the tree, the fruits I’m picking ~~

Thanks for all the joy they’re bring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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