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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잼스 Aug 09. 2023

가짜 뉴스

Old and Wise, Alan Parsons Project

속보입니다. 국회는 대한민국 국민의 일상통용어로 존댓말 사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가결했습니다. 앞으로는 남녀노소 모두 공공장소에서 존댓말을 사용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매번 벌금 또는 매월 정해진 날에 10쪽 분량의 자필 반성문을 제출해야 합니다. 기간은 최소 3개월에서 지속 위반 시 최장 50년으로 하되 1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국민들의 품격 향상과 갈등 방지를 위한 조치인데 특히 청소년층에서 법개정 요구가 지속되어 왔습니다.      


한편 이에 따른 후속 조치로 모욕죄에 대해서도 자필반성문을 추가로 제출하는 법안이 함께 통과되었는데요. 사회봉사명령처럼 가해자는 매월 1회, 피해자를 상대로 피해자가 중단을 요청할 때까지 법원에 자필반성문을 제출해야 합니다. 망신주기가 산업화 되고, 천박한 쉿스톰(shitstorm)이 사회 전반에 만연함에 따라 시민의 품위를 지키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왔는데요. 이러한 움직임은 '품위는 다치지 않을 권리이며, 타인을 향한 모욕을 내려놓는 것이 품위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한 <마르쿠스 키케로>의 철학을 바탕으로 확산되었습니다. 모처럼 국민적 합의가 이뤄낸 법안인만큼 모두의 자발적 이행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한편 흉악범죄가 증가함에 따라 태형과 장형 그리고 책형이 전격 부활했는데요. 법무부는 태형과 장형에 쓰일 회초리와 채찍의 규격을 1.5m로 확정하고 법원마다 형집행인을 두도록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계층별 인구 1%의 인터넷 배심원으로 구성된 형벌위원회는 각 사건별로 반사회적 범죄여부를 투표에 붙이고 그 결과를 판결에 반영하도록 법원에 건의하게 됩니다. 앞으로 법원 판결에 위원회의 의견이 반영되면 형이 확정, 집행되어 수감 중인 재소자에 대하여 수감기간 동안 태형, 장형 또는 책형을 2~3개월 단위로 반복 집행하게 됩니다. 또 피해자 또는 그 직계 가족이 원할 경우 이를 참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배심원의 선발기준은 사이코패스 검사를 통해 사회성과 공감능력을 인증받은 대한민국 국민이며 미성년자와 외국인도 지역별 인구비례에 따라 선발합니다. 임기는 6개월이며 신청자 중 무작위로 뽑아 전 국민이 생애 1회 이상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일정 기간 연임은 제한하도록 했습니다. 이번 조치로 견디기 힘든 고통 속에 평생 개인적 인내를 강요당해 왔던 피해자와 가족들은 품위 있는 응징이 가능해진 조치라며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앞으로는 범법행위 적발 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5% 이상인 경우 마약사범에 준해서 가중처벌하게 됩니다. 한편 이에 따른 고의중과실의 가해자는 평생 피해자의 입원치료비와 생계비 등을 책임지는 특례법이 발의되어 이번 회기 중 국회에서 다루어지게 됩니다. 이 법안은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많은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여 불법행위의 반복을 방지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확장이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한편 「공직자윤리법」 제10조에 의한 재산공개 대상자는 물론 의료인, 금융인, 기업인에 대해 고도의 윤리의무를 이행하도록 업무상 악의의 중과실 범죄를 저지른 경우 자격 박탈은 물론 유사 직종의 취업과 개업을 제한하는 법안이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별도의 수사기구가 마련됩니다. 특히 이에 대한 범죄 유형을 나열하여 유사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처벌을 강화하게 되는데 이에 극력 반대하는 경우 자칫 수사 대상으로 국민들에게 낙인찍힐 수 있어 반발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도 강화됩니다. 사업 또는 사업장,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을 운영하거나 인체에 해로운 원료나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안전ㆍ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하여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은 법적 책임은 물론 사고 현장에서 일정기간 사회봉사를 하고 그 기간 동안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 의무를 이행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아울러 같은 유형의 사고가 재발할 경우 책형이 추가됩니다.


대학입시제도가 전면 개편되고 고등학교 커리큘럼이 바뀝니다. 교육부는 오늘 교육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는데 대학입학능력시험은 일정 점수 이상을 취득하는 자격시험으로 변경되고 이에 따라 학년의 의미가 사라지게 됩니다. 시험과목도 국어와 본인이 선택한 과목 하나만 치르면 되는데 국어시험은 필수교양도서 100권을 중심으로 토론과 작문이 추가됩니다. 또한 학점제를 도입해서 농사짓기, 가축 사육, 악기 연주, 운동 등에도 학점을 취득할 수 있도록 교과목의 범위를 넓히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예체능과 과학 실험을 위한 기자재, 도서의 확충을 위해 예산을 집중 투입할 계획입니다.     


한편 고등학교부터는 담임제를 폐지하고 멘토 제도를 도입해서 원하는 선생님과 수업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본인이 원할 경우 온라인 수업이나 교육부에 등록된 전문가와의 수업도 학점으로 인정함으로써 매칭 기능이 학교의 새로운 임무가 될 것 같습니다.  이에 앞서 교육부는 일정 수준에 미달하는 다수의 대학을 전격적으로 국가에서 인수하여 국공립대학을 신설하고 국공립대 교수들의 순환근무제를 시행함으로써 특수목적대학이 아닌 일반대학의 상향평준화를 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횡재세가 전격적으로 도입됩니다. 복지재원 확충에 쓰일 예정인데요.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창출한 법인이나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은 자연인에 대해 추가적으로 소득세를 징수하는 것인데요. 주식이나 코인, 부동산 매각을 통해 급격히 소득이 증가하거나 상속, 증여 등으로 재산이 정상적 수준 이상으로 늘어난 경우도 해당됩니다.      


한편 정부는 대국민 세금수지 브리핑을 정례화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기획재정부 웹사이트에 고시해 왔지만 장관이 직접 방송을 통해 장시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질의응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자체도 매년 이와 같은 설명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 상위 1% 고액납세자의 소득과 세금 액수도 공개합니다. 이처럼 자발적인 설명회와 공개를 통해 부자감세라는 논란이 수그러들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상 내 생각엔 바람직한 가짜뉴스였습니다.

And oh, when I'm old and wise

Bitter words mean little to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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