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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랑 Feb 16. 2023

운(運)... 비비고 언어학

자연언어에는 정체를 알기 어려운 개념어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어들이 그에 해당한다. 동양에서 말하는 '情'이 쉽게 떠오르는 예라고나 할까. 우정에도 들어 있고 애정에도 들어 있어서 philia인지 eros인지 헷갈리는 정서.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따지기 시작하면 피곤해진다. 대체로 서양에서 나누는 네 가지 종류의 사랑과 비교하여 대충 얼버무려 두는 정도가 무난하다. 답은 못 구해도 한번 쯤은 얼버무려 두는 건 재미가 있다.


재미삼아 다른 것도 한번 얼버무려 볼까 한다. 한국어에서 알듯말듯, 알듯 모를듯, 그런 개념어의 하나는 '운(運)'이 아닐까? 운이 좋거나 나쁘거나 하면 복이 되거나 말거나 한다. 인생에서 운수대통할 때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역 문화권에서는 '운(運)'은 '길흉(吉凶)'을 가르는 원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주팔자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서 천지간의 기운 변화와 '운(運)'이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운(運)'은 인간의 생을 좌지우지하는 '운명(運命)'과 비스므레하다. 달라 보이는 부분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강조하자면 '엇비슷'보다는 '비슷'해 보인다. (설마! '[[['엇비슷'보다는 '비슷']+하 ] + 어 보이-]'로 분석되는 건가??) 철학이나 역학에서는 정확히 어떨지 모르지만 언어를 관찰했을 때는 분명 그러하다.


'정(情)'을 서양에 비벼 보듯 '운(運)'도 좀 그래 보자. 라틴어는 넘사벽이고 영어 정도로... '복(福)'은 'bless'.  '운(運)'은 'fortune' 정도려나? 'Bless'와 'fortune'는 차이가 있을까? 아마도 'bless'는 주술사(shaman)나 기원사의 축복/저주 행위와 밀접한 반면 'fortune'은 포춘 쿠키같은 'totem'이나 부적(charm)과 더 밀접한 것 같다. (아.. 어디 이런 거 corpus linguistics로 분석한 논문 없으려나??) 


'bless'가 그리스도교의 'God'과 관련되면 측면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스도교의 경전인 성경에서 여호와는 인간에게 선과 악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하고, 인간의 선택으로 인한 인과에는 "시기와 우연"(전도서 9:11)이 관여한다. '시기와 우연'이란 다른 말로 하면 '예상치 못한 때 예상치 못한 일', 곧 인간의 능력 밖에 있는 연유(緣由)이다. 그러니 '축복(bless)'의 결과가 필연이든 우연이든 그것은 신의 조화이지 천지간의 조화는 아니며, 신의 조화이니 정해진 운명은 아닐 게다. 'bless'는 샤머니즘과 토테미즘의 사이에서 사먼니즘에 조금 더 치우친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대충 얼버무려 보자면, '운(運)'은 '복(bless)'나 'fortune'과는 또 다른 면이 있는 것 같다. 점을 치는 면에서 궤의 변화가 별(천체)의 변화와 유사한 면이 있다면 '운(運)'은 점성술과 유사할지 모르겠다. 점성술에서 사용하는 고유의 용어가 혹시 '운'은 아니었을까? 대조 언어학까지는 아니고 엉성하게나마 '비비고 언어학' 정도랄까...


흠... 얼버무릴 재료를 조금 더 생각해 보니 '넋, 백, 혼, 귀, soul, spirit, 프시케, 프뉴마' 등등 많기도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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