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법
- 자기소개서/이력서 작성법 강의 중
- 병원 간호사
- 동사무소 직원
요즘, 예랑 비슷한 말투를 종종 듣는다. 한국어 문법에서 선어말 어미 '-시-'는 주체 높임을 표시한다. 화자의 입장에서 주어가 높여야 할 대상일 때 '-시-'를 사용하는 것이 한국어의 문법 규칙이다. 그럼, 위 예문에서 '-시-'는 무엇을, 아니, 누구를 높이고 있을까?
'-시-'가 주체 높임의 표지라면, '직무 선택 동기'나 '지원 동기'가 높임의 대상이 된다. (참고: '직무 선택 동기는 지원 동기와 다르세요.') 청중에게 강의하는 강사에게는 '직무 선택 동기'나 '지원 동기'를 높일 이유가 없다. 강사에게, 높임의 대상은 청중이다. 다른 말로, 청자이다. 청주(=청중)를 높이려고 한 말인데 '-시-'를 사용하고 있다. 더욱이 두루 높임의 '-요'를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시-'가 포함된 '세(<-시+어)를 사용한 것이다. 선어말 어미 '-시-'가 상대 높임의 기능까지 넘보고 있는 걸까?
병원 간호사의 말도 재미있다. 어느 때는 '진찰 받으실게요'라고 말하는 걸 들어 본 적도 있다. '진료' 행위는 의사가 하는데 환자에게 진료할 거란다. 그것도 '-시-'까지 써 가며. 환자에게 하는 말이니까 환자를 높이려고 한 말임에는 틀림 없어 보인다. '진찰 받으실게요'라고 말할 때에도 '-시-'는 역시 환자를 고려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시-'가 상대 높임의 기능을 탐하고 있는 건가?
동사무소 직원의 말과 비슷한 말은 편의점에서도 종종 듣는다. '여기, 잔돈이 천원이세요.' 다들 어딘가에서 교육이라고 받는 모양이다. 아무튼 이 경우에는 문장에 주어인 '수수료'가 있다. 설마 '수수료, 잔돈'을 높이려고 한 말은 아닐 것이고... 그렇다면, 역시 민원인이나 손님을 높여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여 '-시-'를 쓴 것으로 보아야 한다. '-시-'가 상대 높임의 기능을 정말로 탐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국어학자들은 현상을 규범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변화하는 현상까지도 정밀하게 기술하는 일을 한다. 규범 문법(prescriptive grammar)적으로는 '-시-'의 오용이겠으나, 이론 언어학적으로는 '-시-'의 기능이 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술 문법(descriptive grammar)적으로는 앞선 세 단락과 비슷한 방식으로 현상을 정밀하게 기술하는(decribe) 것이 중요하다(위 세 단락에서 마지막 문장은 '기술'에 해당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기술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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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기능 변화에는 우리 사회나 사회 구성원의 변화도 반영되는지 모르겠다. 생각이 정리되면 조금 더 써 보기로 하고....
문제>> 다음 중 '-시-'의 용법으로 올바른 것은?
1) 아버지께서 시골로 내려오실까?
2) 이 상황을 이해하실까?
3) 이제 그만 하실게요.
4) 그것만은 안 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