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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랑 Jan 02. 2021

혼밥, 혼술, 혼커, 혼보, ...  덕후가 아닌 홀로

- 언어와 사회

한국의 사회상이 여러 모로 일본의 그것을 따라간다고들 하는데, 매체에서 자주 사용되는 일부 단어들을 봐도 그런것 같긴 하다.


혼밥, 혼술, 혼커, 혼영, 혼행, ...


이런 단어들이 언제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지가 그리 오래 전은 아닌 것 같다. (정확하게 언제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는지 갑자기 궁금하긴 하다.) 일본에도 이와 비슷한 삶의 방식이 유행(?)한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어디선가 한국 사회를 '고독력 만랩'이라고 표현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런 특징 역시 한국 사회가 (초)고령화 되고 있다는 면에서 일본을 따라가는 양상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이와 같은 문화적 비교가 가능하다는 점은 일본 문화를 반영하는 몇몇 표현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혼밥, 혼술, 혼커, 혼행, 뭐 이런 단어들이 사용되기 전이었는지 아니면 같이 쓰이기 시작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영향 관계는 분명히 짐작케 한다.


오타쿠, 덕후~더쿠~덕


개인적으로는 '혼X'형 표현이 사용되기 전이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한동안 '덕후'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일본 사회의 한 특징을 반영하는 단어였던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바꿔서 '덕후, 덕' 등으로 줄여서 접사처럼 쓰기도 했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홀로족'과 '오타쿠족'은 조금 차이가 있다. 결혼이 부담스럽고, 육아가 짐이 되는 사회가 되면서 노령화, 고령화가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별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그런 사회를 살아하는 젊은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나 인식에는 조금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뭐, 사회학자가 아니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언어문화적 관점에서만 보자면 '홀로족'은 '덕후족'에 비해서 주체적인 어감을 많이 느낄 수 있다. 전문성은 조금 떨어져 보이려나?? 아무튼 덕후들은 사회에서 스스로를 격리시키는 듯한 어감이 강함에 비해 홀로족은 사회 환경의 변화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혼자 지내게 됨에도 불구하고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어감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적어도 스스로를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 언어문화적인 관점만으로 보자면 한국의 젊은이들이 일본의 젊은이들보다 주체적으로 삶을 버텨내고 있는 게 아닐까??


현실에서 홀로족과 덕후들의 삶이 어떻게 다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작금의 현실을 버텨내는 한국 사회의 젊은이들의 삶은 덕후 스타일이 아니라 홀로 스타일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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