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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랑 Dec 29. 2023

와따(What the)~

2023년말 내가 사는 세상.

갑작스럽게 몸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다. 하급 병원에서 진료의뢰서를 받아서 갔는데도 당일 초진은 응급실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하니 별 도리가 없었다. '대학병원 응급실은 병원 규모에 비례해서 대기시간이 길어진다'는 게 나의 고정 관념이다. 아니나 다를까 검사하고 결과 듣는 데 8시간 이상이 걸렸다.


8시간 응급실에서 본 광경은 비참했다. 심정지 환자가 2, 학교폭력 피해자 1, 교통사고 환자 다수 등등... 8시간이 넘도록 응급실에 경증 환자로 있으면서 중증 응급 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절규를 보고 듣게 된다. 신경을 안 쓰려고 해도 어디로 피할 곳도 없으니 듣고 알게 될 수밖에 없었다.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얼굴이 피떡이 되어 있었다. 학교 폭력이라고 한다. 부모들은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가해자들을 어떻게 해버리고 싶었을 거다. 아이는 바나나만한 거즈 뭉치를 입에 물고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태로 멍하니 휘체어에 앉아 있고 어머니는 여기 저기 검사 받으러 휠체어를 밀고 다닌다. 어떻게 저 지경이 되도록 때릴 수가 있을까! 성인들이 집단 구타를 해도 저 지경이 될 정도로 패지는 않을 텐데!


문득, 3주 전 일이 생각이 났다. 기말 보고서 주제를 정하기 위해서 여 학생 세 명이 수업 후에 나를 찾아 왔다. 어떤 주제를 정했는지 물었을 때 한 학생이 '성인돌'에 대해서 쓰겠다고 한다. 성인돌? 순간 그게 뭐지 싶어서 물었다. 농담 삼아서 '아이돌의 반대 뭐 그런 거니?' 혹시나 내가 모르는 유튜브 컨텐츠가 있나 싶었다. 설마 설마 하면서. 아니나 다를까 '어른들이 사용하는 인형인데요...' '야, 야, 잠시만...' 너무 민망했다. 옆에 있던 두 학생과 강의실을 나가던 학생들이 키득거렸다. 혹시라고 학생이 민망해할까 걱정이 되어서 작은 소리로 이런 주제가 얼마나 민망할 수 있는지, 대학이라는 곳에서 학술적인 논의 훈련용으로 굳이 이런 주제를 선정할 필요가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등을 설명해 줄 수밖에 없었다. 너무도 당당한 여학생의 눈빛은... 아찔하다.


뭐가 문제일까? MZ 조폭에 관한 뉴스 기사도 얼마 전에 접했던 것 같다. 2023년이 세기말도 아닐 텐데 어째 연말에 이런 문제들을 내가 겪고 있을까? 도덕이나 폭력성에 관한 관념 혹은 기준이 달라지고 있는 걸까?


대격변이라도 일어나야 정신들이 번쩍 들려나?? 갑자기 옛날 이야기가 생각났다.


"땅은 타락해 있었으며, 폭력으로 가득 찼다. 모든 육체가 땅에서 타락한 길을 걷고 있었다. 그들로 인해 땅이 폭력으로 가득 찼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세상을 멸하기로 결심하고 노아에게 방주를 짓게 하셨다. 땅에 홍수를 일으켜 하늘 아래 생명의 호흡이 있는 모든 인간을 멸망시키기로 결정하셨다.


성경에 나오는 대홍수 사건 이야기.


그런데 성경에는 또 다른 대격변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말세, 마지막 날, 아마겟돈. 뭐 그런 때에 대한 이야기. 


네가 이것을 알라 말세에 고통하는 때가 이르리니 사람들은 자기를 사랑하며 돈을 사랑하며 자긍하며 교만하며 훼방하며 부모를 거역하며 감사치 아니하며 거룩하지 아니하며 무정하며 원통함을 풀지 아니하며 참소하며 절제하지 못하며 사나우며 선한 것을 좋아 아니하며

(이거 검색도 쉽지는 않다. 너무 옛날 말투인 것 같다. 얼마 전에 개역한글판 성경의 표현은 흥미로웠는데 지금 보니 완전 고어인듯 함)



2023년 연말에 내가 보고 듣는 일들 때문일까 요즘이 그런 때인 것 같은 생각이 강하게 드는 건 부인 못 하겠다. 이 시대에는 누가 방주를 지을까? K-조선?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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