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생각 (2)
나의 생각을 글로 표현할 때에는 지속적인 자기 검열이 필요하다. 한 문장, 한 문장. 한 단어, 한 단어. 계속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람들이 글쓰기와 관련해서 인식하지 못하는 사실 중 아주 중요한 것 하나는 '내가 아는 것을 글로 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착각'이다.
복잡한 생각을 요구하지 않는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간단한 표현들 중에도 이상한 표현들이 많다. 언제였는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분리 수거'라는 표현이 실은 어색한 표현이라는 공익 광고를 본 적이 있다. '분리 수거'가 아니라 '분리 배출'이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아래 사진도 비슷한 사례이다.
띄어쓰기 표시가 분명치 않지만 '고장 조치 중'이라고 읽었다. 통행에 방해가 되는 작업을 할 때 세우는 표지판인 것 같은데, 어찌된 영문인지 멀쩡한 것을 가져다 고장을 내려고 하는 것처럼 읽힌다. 아마도 무언가가 고장이 나서 조치를 취하는 상황에서 동시에 떠오르는 여러 어휘들 중에 일부를 가져 와서 상황을 표현하려다 보니 핵심 어휘 두 개('고장', '조치')를 적당히 붙여서 표현한 것 같다. 하지만 '고장 조치 중'과 '고장. 조치 중'은 엄연히 다르다. 마침표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천양지차처럼 보인다.
고장이 나면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게 상식일 게다. 전체 상황의 핵심에 해당하는 두 어휘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자연스러운 인지 현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상황이 그리 일상에서 자주 겪게 되는 상황인지라 큰 고민 없이 표현해도 소통에 큰 문제는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별다른 생각 없이 '고장 조치 중'이라고 해도 별다른 문제가 안 생길 게 뻔하다. 그러니 정신을 집중할 이유가 별로 없다. 그런 사건들의 연속을 '일상'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테니까.
정신줄은 흔히 이런 상황에서 놓게 된다.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글로 표현할 때 정신줄을 놓기 십상이다. 복잡한 생각을 표현할 때는 대개가 정신을 집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