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쟤네는 화장실이 하나밖에 없어."
"엄마, 쟤네는 화장실이 하나밖에 없어."
외국어 학습에는 목표 언어(배우고자 하는 언어)의 사회문화에 대한 학습이 수반된다. 해당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언어 학습에도 능률이 오르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언어마다 특징이 있다고 할 때에는 문법적인 특징 외에도 무언가를 표현하고 개념화하는 방법상의 차이도 관련된다.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어른들이 '이건 문법이고 이건 문화야'라고 가르치지 않아도 알아서 언어를 학습한다. 그저 자연스러운 대화 상황에 두면 알아서 배운다. 문법도 알아서 습득하고 문화도 알아서 습득한다.
무서운 건 문화 습득이다. 언어학자들은 문법 습득에만 관심을 갖지만 사실 언어 습득에는 문화 습득의 측면도 중요한 영역일 것이다. 어느날 아이가 물었다. "엄마, 우리집은 왜 화장실이 두 개 없어?"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까? 속으로는 별별 생각이 다 들지 모른다. '내가 뭘 잘못 키웠나?' '얘가 왜 이런 말을 하지?'
어른들은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 살면서 임대 아파트로 분양한 동은 철조망을 치고 서로 다른 세상을 살아간다. 난리도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을진대, 현실이다. 뉴스에서 보도를 접하면서 '저런 미친'하면서 욕을 하는 사람도 실은 철조망을 안 쳤다 뿐이지 '난 너랑은 달랐으면 좋겠어'하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나는 아파트 주민 회의하면서 철조망 치자고 해 놓고도 내 아이가 '엄마 우리집은 왜 차가 이렇게 작아?'라는 말을 하면 세상을 탓할지모 모른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그런 압력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것 같다. '인사 좀 하고 다니세요.'라는 말이 사회문화적으로 의미심장한 사회가 한국 사회이다. 언제 이 이야기는 따로 좀 써 보려고 한다.)
그런 어른들 속에 사는 아이들은 어떨까? 아이들이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언어 환경이다. 그런데 언어 환경이란 게 다른 게 아니라 어른들이 사용하고 있는 생활 환경이다. 아파트 주민 회의에서 철조망을 치자는 의견이 나올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게 무슨 말이냐며 사람 사는 게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하는 사회라면, 평소 부부 간 대화 내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더 큰 집, 더 좋은 차, 더 비싼 가방이며 시계며, 주식에 월세에 어쩌고 저쩌고 등등등. 내 아이가 '엄마, 쟤네 집은 화장실 하나밖에 없어'라고 말한다면 나는 아이에게 어떤 언어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언어는 사고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언어 학습에 문화 학습이 상당한 정도로 전제되듯이,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문화적 인식 패턴을 무의식적으로 익힌다.
내 아이가 다른 친구들을 바라보면서 하는 말에 주의를 기울여 보자. 내 모습이 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