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주의 언어학의 시대. 다양한 언어들의 어휘 의미 구조에 관한 연구는 '언어가 다르면 생각도 다르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예를 들면, 한국어의 '푸르다'는 'blue(靑)'와 'green(綠)' 두 가지 색상을 모두 포괄하는데 영어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러니 한국에는 '푸른 바다'와 '푸른 산'이 존재하지만 영어권에는 '푸른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초코파이' 광고의 '정(情)'을 한자 문화권이 아닌 다른 언어권에서는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면 만만치 않은 이유와도 무관하지 않다.
이렇듯, 한 언어의 어휘 의미에는 해당 언어 사용자들만 공유하는 어떤 관념이 존재한다. 그래서 종종 어학 공부가 곧 문화 공부라는 식의 말들을 한다.
그러면 의미가 아닌 문법의 차이는 인식의 차이와 관련될 가능성은 없을까?
아래 영어 문장을 한국어로 번역해 보기 바란다.
He hurt others who observed what he had done.
영문법 시험에서라면 시제 관련 문법 지식을 동원해서 다음 중 어떤 번역이 정확한 번역인지 골라보기 바란다.
1) 그는 그가 했던 일을 지켜봤던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다.
2) 그는 그가 했던 일을 지켜보던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다.
3) 그는 그가 했던 일을 지켜본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다.
4) 그는 그가 한 일을 지켜봤던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다.
5) 그는 그가 한 일을 지켜보던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다.
6) 그는 그가 한 일을 지켜본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다.
정답은?? 만약,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생각이 별다른 이견 없이 일치할 수 있다면 그것이 정답일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 정답 외에 다른 번역은 잘못된 것일까? 아마도 일상의 모든 경험과 상상력을 동원하여 앞뒤 문맥을 제아무리 다양하게 만들어 봐도 대부분은 교체가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고 엄밀히 따지면 1)~6)이 모두 조금씩 다른 어떤 뉘앙스를 표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어에는 과거의 시간적 해석에 관련된 문법 요소인 '었, 더, ㄴ'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시간 관련 의미에 묘한 차이가 발생하는데 영어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1)~6)에 대응하는 영어문장은 생각하기도 싫다. ^^;;
혹시, 어떤 일에 관련된 시간 인식과 관련된 문법이 다르다면 시간을 인식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닐까? (문법적으로는 '시제'나 '상'에 관한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여 1)~6)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겠으나, 문법학자가 아닌 일반인이 가지고 있는 언어적 직관만으로는 무언가 다를 지도 모르겠다.)
그는 그가 한 일을 지켜보던 다른 이들의 마음도 아프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