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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랑 Dec 20. 2021

'목넘김' - 갓작스러운 의미

-  애매해도 노 프라블럼

        언어 연구자들은 어떤 단어나 표현의 의미가 정해져 있고 사회에서 그 정해진 의미가 통용된다고 믿을 것이다. 그래야만 '사회성'을 토대로 '객관성'이 담보가 되고, 객관성이 담보된 관찰과 기술(description)을 토대로 학문적 연구가 가능할 테니까.

         그런데 사람들의 머리 속에 있는 단어들의 의미가 늘 사회적으로 공유되는 고정된 것이어야만 언어로서 자격을 갖는 걸까? 물론 아마도 90% 이상의 단어나 표현들은 그럴 것이다. 그래야만 의사소통이라는 것도 가능할 테니까. 그런데 기호라는 것이 자의적인 것이니만큼 본질적으로 언어 기호는 고정된 의미를 갖는 것일까 하는 는 의문이 늘 남아 있다. '언어는 변한다'는 명제가 참이라면 단어나 표현의 의미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에 '고정된 것 같은 것'일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그런 예 중의 하나가 '목넘김'이라는 단어(?? 아마 형태론, 어휘론 연구자들은 이게 머리 속에 등재된 단어가 아니라 임시어 등등이라고 말할지 모르겠다)다. 아마 '목넘김'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맥주 관련 어떤 뭐 그런 느낌이나 맛을 떠올릴지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목넘김'이라는 표현이 처음 사용된 게 맥주 광고에서였기 때문이다.


        처음 이 표현을 들었을 때 '이건 뭔가?' 싶었다. 국어학 전공자로서 이런 표현은 순화의 대상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이상했다. '고개를 뒤로 젖히는 게 목넘김인데...' 싶었으니까. 이러나 저러나 사람들은 이 표현을 특별한 거부감 없이들 쓰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그 정확한 의미는 잘 모르거나 설명하기 어렵거나 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최근에 TV 광고에서 '목넘김'의 의미가 조금 달라지는 모습을 접했다. 맥주 광고에서 기인한 시원함과 상쾌함의 어감을 빼고 사용한 예였다. 알약 사이트가 작아서 '삼키기 쉽다'는 뜻으로 '목넘김이 좋다'(TV광고에서는 조인성씨가 그렇게 말한다)는 표현을 쓰고 있었다. 웹에서 검색을 했더니 '목넘김이 편안하다'는 표현도 쓰고 있었다.


        '아~! 이제 [목넘김]의 의미가 조금 바뀌면서 일상적인 단어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구나!' 싶다. 이 정도 되면 '목넘김'의 의미를 '삼키기 쉽거나 편안한 정도'를 뜻하는 말이라고 객관적인 듯한 언어학적 분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간혹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커피를 마시면서도 '목넘김'이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을 본 적도 있다. 아마 '삼키고 난 후의 향'까지도 고려하는 것 같았는데 미디어에서도 접하게 되니 더 확신이 드는 것도 같고.


        분명 '목넘김'이라는 표현의 의미는 사회적으로 고정된 것으로 변해하는 듯 보인다. 그래도 아직은 위 두 번째 사진처럼 그 뜻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다. 언어학적 분석이 애매한 표현에서 언어학적 분석이 가능한 표현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 나타나는 현상임은 분명해 보인다. 의미론의 변방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관찰도 어렵고 자료로 남기기도 어렵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변방에서 의미가 돋기도 하고 변하기도 하는 것이니만큼 의미 연구의 본질, 언어 변화의 본질은 이 변방에 탐침을 꽂아가면서 찾아야하는지도 모르겠다.


        누가 처음 생각해 낸 표현일까? '목넘김이 좋다'. 갓작스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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