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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랑 Apr 04. 2022

한국어의 한자어

한국어 사전에서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정확하게 얼마나 되려나? 아무튼 상당한 비중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한때 한자 교육은 필수였다. 가끔 무언가를 명명할 때나 고상한 말을 만들어 보고 싶을 때 한자를 알면 유리하다. 자칫 '가'할 자리에 '위'하거나 '위'할 자리에 '가' 하면 망신을 당할 수 있다. 이 글의 대문(?) 사진에 있는 것처럼 '거짓'이라는 의미는 가(假)와 위(僞)로 구별된다. '가상 화폐'와 '위조 지폐'는 모두 '진짜가 아닌'의 뜻을 가지고 있지만 '가'와 '위'로 구분하여 쓴다. 한자를 모르는 사람과 아는 사람은 의미를 이해하는 방식이나 수준이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한자어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의미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쓰임상의 차이 때문에 왠지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래의 예들이 그렇다.


평화(和) 화평()

친화(親和) 화친(和親)

건강(健) 강건(健)

열정(熱情) 정열(情熱)

산림(山林) 임산(林山)

기괴(奇怪) 괴기(怪奇)

혼령(魂靈) 영혼(靈魂)

담화(談話) 화담(話談)



'평화 조약'을 '화평 조약'이라고 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 그렇게 쓰지 않을 뿐이다. '화친'은 맺어도 '친화'는 맺지 않는다. 그래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 언어적 관습이 그렇다. 의미에는 차이가 없다. '강건한 사람'과 '건강한 사람'은 본래는 다르지 않은데 맥락상의 쓰임새에 따라서 무언가 다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한자어들은 한자를 알고 쓰는 사람들에게는 동일하지만 한자를 잘 모르고 쓰는 사람들에게는 관습적인 쓰임의 차이에 따라서 무언가 다른 의미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그런 차이가 보다 분명해진 경우도 없지는 않다. 대표적인 예는 '출가(出家)'과 '가출(家出)'이다. 집을 나가는 동기와 속세를 떠난다는 뉘앙스의 가감에 따라 차이가 난다. 의미 변화가 나타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요즈음은 한자 교육에 그다지 관심들이 없는 것 같다. 앞으로 한국어의 그 많은 한자어들은 어떤 의미 변화를 겪게 될까? 여러 단어의 앞글자만 따서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요즘의 추세를 보면 한자어 기반의 기존 조어법 이론에도 상당한 변화가 생길 테지만 단어의 의미에서 상당한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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