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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랑 Apr 09. 2022

하시니껴?(O) / 하시니더.(X) ??

- 안동 방언의 특이한(?) 상대 높임법 - '-시-' 관련 제약

안동 출신 지인이 통화하는 내용을 듣다가 이상하다 싶은 점을 발견했다. 뭐라 뭐라 어쩌고 저쩌고 하더니 '~ 가니껴?'라고 묻는다. 대화 내용을 들으니 분명 손위 상대에게 묻는 상황이다. 지난 일에 대해서는 '~ 했니껴?'라고 묻는다. 그러다가 자기가 한 일을 설명하는 맥락에서는 '가니더, 맛있니더' 등등 '하니더'라고 설명한다. 지난 일에 대해서는 '갔니더, 했니더' 등을 쓴다.


'아하, 안동에서는 '해요체' 정도의 높임 등급에서는 '-니더(평서형), -니껴?(의문형)'를 쓰는 모양이군.'


시간이 조금 흘러서 지인은 아버지와 통화를 했다. 아버지와 통화하니까 '하십시오(합쇼체)' 표현을 쓰겠구나 싶어서 유심히 들었다. '해요체'로 '하니더, 하니껴?'를 쓰니까 예상하기에 '하시니더, 하시니껴?'를 쓸 게 당연했다. 아니나 다를까 '~에 가셨니껴?', '~를 하셨니껴?', '다 했니더' 등등 예상했던 표현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들어서 '가시니더, 하시니더' 등등 '-시니더' 형을 들을 수가 없었다. '가셨니더, 하셨니더'와 같은 과거형도 없었다. 예외없이 '하니더, 가니더'를 쓰고 있었다. '-니껴?'는 '-시니껴?'를 쓰는데 '-니더'는 '-시니더'를 쓰지 않았다. 이상했다.


통화가 끝나고 물어봤다(방언 토박이 화자니까 문법 체계를 이해하지 못할 건 뻔했으니 왜 그런지는 묻지 않는다. 원래 그렇게 쓰는지만 물으면 된다.). 그렇게 쓴다고 한다.


한국어의 상대 높임법 체계는 무언가 미려하지 않다. 명령형, 청유형에는 '-시-'가 포함된 형태가 있어서 종결어미의 등급 체계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어색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평서형과 의문형에서는 '-시-' 없이 '-요, -요?', '-ㅂ니다, -ㅂ니까?'로 잘 구별되는 것처럼 보이긴 한다. 합쇼체의 '-ㅂ니다, -ㅂ니까?'에 '-시-'가 더해지면 더 높이는 듯한 어감이 있다. 그런데 안동 방언에서는 평서형과 의문형 중 평서형에서 '-시-'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 같으니 특이했다. 평서형이 더 무표적(기본적) 인식 양식일 것 같은데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흥미로웠다. 정리해 보면,


                               평서형                                        의문형

          현재    하니더.(0)    하시니더.(x)              하니껴?(0)      하시니껴?(0)

          과거    했니더.(0)    하셨니더.(x)              했니껴?(0)      하셨니껴?(0) 


내가 제대로 파악한 게 맞는 걸까? 안동 방언의 상대 높임 등급 체계에 대한 보고서(논문 말고)는 어디 없으려나?


혹 지나시는 안동 분들은 댓글로 확인해 주시면 감사하겠니더. ('-겠니더'는 가능하려나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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