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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랑 Apr 20. 2022

말이 안 되는 '착오'-비양심 vs 무심?

- 양심과 언어

요즘 언론에서 '착오'라는 단어를 많이 접한다. '착오(錯誤)'. 인생을 살면서 결정적인 어떤 일을 할 때 착오를 범한다는 게 일반적이지는 않을 터. 그런데 무슨 착오들이 그렇게 많은지. 자기 인생에서 결정적인 경력을 쌓기 위한 서류들에 착오가 있다는 게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 되고,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마저 하다.


사전상의 일반적인 정의는 '착각으로 인한 잘못' 정도다. 법률상으로는 '주관적인 인식과 객관적인 사실이 일치하지 않는 일'로 정의되는 모양이다(다음 사전 참조). 어느 경우를 봐도 대학 입시나 부동산 매입이나 대학원 진학이나 병역 사항 기재나 뭐 등등의 일과 관련될 것 같지가 않다. 적어도 내가 살아가는 이 지역의 사회문화적 일반의 행태로는 이런 일들에 착오를 일으킨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대부분의 일들은 잊어버린다. 사소하니까. 그런 일들에는 착오가 생긴다. 기억도 가물거리고 신경을 써 본 적도 없을 테니. 그래도 생애 결정적인 사건들은, 그것도 서류상 기록으로 남는 사건들은 잊어버리기 어렵다. 입학, 졸업, 제대 등 정확한 날짜나 시간이야 기억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럴 때를 대비해서 공적 기록으로 남겨 두는 제도적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사회다. 내가 한 일이 기억나지 않아도 기록으로 남는 사회다. 그런데 그런 일생일대의 사건들에 그 많은 사람들이 착오가 있었다니! 양심이 없는 건지 무심한 건지...


나와 인맥을 맺은 사람들은 돈 없고, 힘 없고, 백 없는 사람들이라서 그런 착오를 범할까봐 지레 겁을 먹어서 왠만해서는 일생일대의 경력과 관련된 서류 작성에는 착오를 범하지 않는다. 몰라. 내 능력으로는 맥을 닿을 수 없는 세계에 사시는 분들은 내가 보기엔 일생일대의 경력이 될 만한 일들을 똑같이 견디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착오를 할 정도로 대수롭지 않은 일로 생각들 하고 사시는지도.


말이 상징 체계라서 진실이나 사실을 담보하지 못한다. 그건 본질적으로 그렇다. 그래도 그렇지 최소한의 사회성을 무시하듯 중대한 착오를 아무렇지 않게 하고,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보도하고, 그런 정보를 듣고 아무렇지도 않게 날 세워 언쟁(논쟁이나 토론이라고 하기에는 단어가 너무 아깝다)하는 세상이라니.


'언어'는 인간만이 사용하는 독특한 소통 수단이고, 그러기에 인간의 양심도 관련되어 있음을 의식하는 사회를 꿈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사회를 꿈꾸는 우리 일반이 '존재론적 시대 착오'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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