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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AC Oct 02. 2019

생일 축하를 거부할 자유도 있습니다.

 9월, 15명의 KoSAC(코삭)인 중 2명이 태어난 달이다. 우리는 따로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하지는 않는다. 다만, 구성원 중 다른 사람을 잘 챙길 줄 아는 일명 KoSAC(코삭) 내의 인싸 멤버들이 주축이 되어 생일자를 위한 케이크를 준비해왔다. 그러나 이마저도 SNS나 깨톡이 “OOO, 생일이에요” 힌트를 줄 때에만 가능했다.      


 대표님의 생일도 마찬가지였다. SNS에서 발견한 “오늘은 문기봉님의 생일입니다”게시물 덕분에, 발견한 분이 케이크를 준비한 덕분에, 다 함께 조촐한 축하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회사에서 생일파티 해 본거 처음이야"

 16개월의 KoSAC인으로서의 생활 중, 대표님의 이런 해.맑.은. 웃음은 손에 꼽히게 본 것 같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생일은 집에서 조용히 혼자 보내는 거지”라는 말은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얘기였다. 그러나 회사 생활을 하고 점점 나이가 들다 보니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구나 공감이 된다. 생일의 특별함을 즐기기엔 나도 그렇지만, 주변인들이 너무 바쁘다. 함께 시간을 맞춰 축하 자리를 갖는 것이 행여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아무런 축하 없이 보내버리기엔 너무 쓸쓸하다.      


 직장인들에게 있어, 회사는 제2의 집이다. 아니,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대화를 하고, 활동을 한다. 하다못해 물을 마셔도 회사에서 더 많은 물을 마신다.      


 같은 회사 구성원들은, 제2의 베프이다. 적어도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별한 파티까지는 아니더라도, 함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는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누락되어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이 없도록, 내 생일은 축하해주려나?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도록 회사에서 생일 축하 자리를 주도하는 것은 어떨까?     


 모든 구성원들이 수혜 대상자가 되는 만큼, 이에 대한 구성원들의 의견이 궁금해졌다.      

 

 우리 회사에는 특별한 제도와 장치가 있다. KoSAC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주간회의에서 다뤄질 안건을 건의할 수 있다. 다만, 채택이 되어 회의에서 다뤄지기 위해서는 전체 구성원들 중 3명 이상이 이 안건이 회의에서 다뤄질 필요가 있음을 동의해줘야 한다. 동의 표시는 우리의 특별한 어플을 통해 이뤄진다. 이 특별한 어플은 나중에 더욱 상세한 내용과 함께 소개할 계획이다.(살짝 자랑하자면 익명으로 이뤄지는 플랫폼) 운 좋게 이 제안은 3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회의시간에 다뤄졌다. 구성원들의 행복을 위한 목적으로 건의된 제안인 만큼, 수혜자가 될 구성원들의 의견들을 조화롭게 반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 생일은 축하자리 안 가졌으면 좋겠어요. 안 챙겨주는 게 더 편해요.” 


 당연히 모든 구성원들이 생일을 축하받는 것에 기뻐할 줄 알았다. 그렇기에 으응? 하고 고개가 먼저 갸우뚱했다. 전혀 예상 못했던 발언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구성원의 의견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에서 시작된 제도라도, 수혜자가 원하지 않는다면 이는 좋은 결과가 아니다. 다양한 의사를 존중하는 우리 회사의 가치관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하자는 의견이 더욱 많아, 10월부터 우리는 우리만의 생일자 축하 자리를 만들어 갈 것이다. 

 다만, 축하 자리를 원하지 않는 구성원들에게는 그들의 수요가 그것이기에, 조용히 마음으로 축하해주려 한다.     

 

 우리 구성원들이 함께 구성한 이 제도가, 부담스럽진 않지만 바쁜 업무 중 함께 모여 하하호호 소소한 웃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KoSAC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잘 표현해준 덕분에, 오늘도 하나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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