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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AC Sep 04. 2019

새로운 회의방식을 제안합니다.

Clip-Fora

 회사에서 회의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통의 목표에 대하여 최선의 방안을 내기 위한 수단으로 각 회사에서는 회의라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회사에서 최선의 방안을 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어지는 “회의”의 방식은 최선인가? 회의에서 나온 결과에 대한 개인 만족도는 높은 편인가? 회의시간이 소득 없이 길어지지는 않는가?     

 


 우리의 상사분들은 회의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은 동등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자신 있게 YES라고 대답할 수 있는가? 내가 생각하는 대답은 “겉보기엔 그렇다”이다. 회의라는 한정된 시간 동안 모든 참여자들은 동등한 발언권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회의시간을 상상해보자. 몇몇 소수 사람들이 회의를 장악하지 않는가? 몇몇 소수 사람들의 발언은 모두 합리적인 발언들인가? 할 말은 있으나, 괜히 발언을 했다가 일명 TMT(Too much talker)에 의해 회의시간이 길어질 것이 두려워 발언을 주저하지는 않는가?


 우리는 이러한 문제의 해답을 “평등하며 제한적인 발언권”에서 찾아내고자 하였다. 모든 회의 참여자들에게는 동일한 발언시간이 주어지고, 발언을 할 때마다 발언시간은 줄어든다. 참여자들은 발언시간 내에서 본인의 의견을 잘 전달하기 위한 활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는 어떠한 의견을 선택해서 이야기하는 것. 서론과 본론은 생략하고 결말만 이야기하는 것 등이 해당되겠다. 우리는 이를 위해 클립을 사용하며, 이 회의방식을 “Clip-Fora”라고 부른다.



“Clip-Fora” 방식은 굉장히 심플하다.     


1. 먼저 두 가지 종류의 클립을 준비한다.

 여기서 알록달록 색이 있는 클립은 1분의 발언권, 색이 없는 일반 클립은 30초의 발언권을 의미한다.     



2. 클립이 준비되었으면, 모든 회의 참여자에게 동일한 개수의 클립을 부여한다. 

 (우리의 경우, 회의의 성격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색 클립 3개 일반 클립 2개를 부여한다. 즉, 한 사람당 4분의 발언권을 갖게 된다.)

    


3. 회의가 시작되고, 참여자들은 본인이 사용한 클립만큼 발언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만약, 색 클립 한 개만 냈다면 1분, 색 클립 1개 일반 클립 1개를 냈다면 1분 30초의 발언 기회를 얻게 된다. 여기서 남은 발언시간은 30초 단위(일반 클립 1개)로 쪼개어 거슬러 받거나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다.  



4. 본인에게 주어진 클립을 다 사용한 경우, 더 이상의 발언권은 없다. 

 그러나 다른 참여자가 클립을 다 사용한 참여자의 의견이 가치 있다 생각하여 클립을 양도해 주는 경우 양도받은 만큼 발언권이 다시 생기게 된다.  



 처음 이 방식을 도입했을 때, 우리 회사 역시 시행착오를 겪었다. 시간 내에 발언을 한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부여받은 발언시간을 넘길 때도 있었고, 반대로 서론을 말하다 스톱워치가 울려버려 소중한 발언 기회를 날린 적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각자 고민하였고, 개선했고, 적응해냈다.



우리는 이 회의방식으로, 다양한 효과를 거두었다.   

 

회의시간이 줄어들었다. 

 나무로 비유하자면 가지치기를 했다고나 할까? 본인에게 주어진 시간이 한정적이다 보니, 발언에 전보다 신중하게 되었고, 각자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의견들만 공유하게 되어 회의시간이 줄어들게 되었다.    



배가 산으로 가는 일이 줄어들었다.

 발언권에 제한이 없었을 때에는, 생각나는 의견들을 바로 말하거나, 의견의 중요도 및 회의 목적의 부합성 등에 대한 검토가 스스로 이뤄지지 않아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A에서 A-1으로 살짝 샛길로 빠지는 경우는 있지만, 그래도 결국 회의의 목적을 뚜렷이 인식하고 다시 A로 나아가는 회의가 이루어진다.    



참여도가 높아졌다.

 우리가 Clip-Fora 방식을 도입할 때 가장 의구심이 들었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과연 이 방법이 그동안 침묵했던 사람들의 자발적인 회의 참여를 이끄는 유인책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 정확하게 수치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참여도가 높아졌음을 피부로 실감한다.     


 이 전 회의방식에서 침묵을 지켰으나, 지금의 회의방식에서는 발언권을 잘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을 지켜보자면 다음과 같은 이유로 현재의 참여도가 높아진 것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이들은 생각을 정리하고 말하기까지 굉장히 신중하다. 그러나, 전의 회의방식에서는 서로 의견을 주고받다 보면, 어느새 주제가 변경되어 있다. 또한 본인이 한 마디를 했을 때, 일어나는 파급효과를 반겨하지 않는다. 단지 한 마디 의견을 제시했을 뿐인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주제를 변경해가며 회의시간을 길게 만드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결국 아예 입을 닫았던 것은 아닐까?    



회의의 질이 높아졌다.

 모두들 회의의 목적을 인지하고 의견을 제시하며, 여기에 더불어 침묵을 지켜왔던 사람들의 소중한 의견들이 더해지다 보니 우리의 회의는 더욱 풍성해졌고 질적으로도 많이 개선되었다.     



 앞으로도 우리는 우리의 Clip-Fora 방식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회의는 회사의 모든 과정에 있어 필수적인 만큼, 각 회사의 특성에 맞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시행착오는 겪을 지라도 문제가 있다고 느껴진다면 해결해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실행해 보는 것이 앞으로의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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