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이라는 숫자 앞에서, 나의 글쓰기를 돌아봄
브런치에 첫 글을 올리던 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손끝이 망설였고, 마음은 조금 떨렸다. '누가 볼까 봐 무섭고, 아무도 안 볼까 봐 두렵다'는 상반된 감정이 교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써보자'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올린 글. 지금 돌아보면 별것 아닌 일상 속 단상, 누군가에게는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조심스러운 시작이 지금을 만들었다.
그리고 어느덧, 내가 쓴 글이 100편을 넘어섰다. 하나둘 쌓인 글들은 7권의 브런치북으로 엮였고, 최근에는 누적 조회수 15,000회를 넘었다. 그리고 오늘, 구독자 수가 100명을 돌파했다는 기쁜 알림을 받았다. 그 숫자 앞에서 나는 잠시 멈춰 섰다. 이건 단지 수치가 아니라, 지난 시간 동안의 나의 쓰기, 나의 시간, 나의 고백에 대한 어떤 작고 소중한 응답처럼 느껴졌다. 문득 글 1개에 구독자 1명이라는 숫자를 생각하니, 아직은 필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겸손하게 돌아보게 된다.
브런치에서 구독자는 단순한 팔로우 버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구독이란 "앞으로 당신의 글을 계속 보고 싶어요"라는 독자들의 작은 응원이다. 그런 응원이 백 번 있었다는 사실은 결코 작지 않다. 조회수처럼 우연히 스쳐 지나가는 발자국이 아니라, 반복해서 찾아와 주는 '발걸음'이기 때문이다. 이 숫자는 하나의 심리적인 경계선같기도 하다. 내 글이 어딘가에 닿고 있음을 보여주는 기준선. 100명이라는 구체적인 독자의 존재는 나로 하여금 글을 조금 더 정성 들여 쓰게 만들고, 조금 더 먼 곳까지 향하게 만든다.
처음에는 라이킷 몇 개, 조회수 몇 회에 마음이 출렁였다. '왜 아무도 보지 않지?' 혹은 '이번엔 잘 된 걸까?' 같은 생각에 쉽게 기뻐하고 쉽게 낙담했다. 그러나 100편을 써보니, 그 과정에서 나의 진정성만큼이나 글의 재미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솔직하게 써도, 정직하기만 한 글은 결국 나만의 일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독자에게 가닿으려면, 내 이야기가 그들의 흥미를 끌고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했다. 단순히 '썼다'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내 생각과 감정을 더 매력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재미와 깊이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앞으로 내가 풀어야 할 숙제임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만든 혹은 만들어진 브런치북이 총 7권이다. 어떤 책은 일상과 감정에 대한 것이었고, 어떤 책은 인문학적인 사유를 담고 있었으며, 또 어떤 책은 SF나 문학 리믹스 같은 실험적인 글들이었다. 처음엔 그저 글을 모아두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점점 쌓이다 보니, 그 안에 흐르는 글쓰기의 궤도와 결이 생겼다. 브런치북을 만들며 배우게 된 가장 큰 교훈은 이것이다. 글을 모아야 나를 설명할 수 있다. 한 편의 글로는 작가가 되기 어렵다. 그러나 한 권의 책은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 이제 내 글들을 어떤 '의도된 기획' 속에 담는다. ('나는 계몽되었습니다'라는 누군가의 명언(?)이 떠오른다)
구독자 100명, 글 100편, 브런치북 7권, 누적 조회수 15,000회. 이 모든 것이 누적된 지금, 나는 '이제부터 어떻게 쓸 것인가'를 생각한다. 그동안은 '써야 하니까', '생각이 나니까' 썼다면, 이제는 '누구를 위해', '어떤 방향으로' 써야 할지를 설계할 시점이다. 이제 브런치라는 공간은 내 글쓰기의 아카이브이자 실험실, 그리고 독자와 연결되는 창이 되었다. 아직도 나는 갈 길이 멀지만, 이 시점에서 꼭 하고 싶은 말은....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기다리겠다고 해주신 100명의 구독자님들 감사합니다!!
P.S. 브런치스토리 에디터님께. 100편이 넘는 글을 꾸준히 써오며 지난 2주간 20명 이상의 구독자가 급증하는 등 작은 성장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저의 글이 더 많은 독자분들과 만날 수 있도록, 때때로 메인 화면 노출을 통해 소중한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늘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