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달밤이 울릴 때
이 시를 케데헌의 그림자에서 고생하는 매니저 바비에게 바칩니다
새벽 다섯 시,
신라의 달밤이 울린다.
세상에서 제일 낡은 벨소리,
그게 내 하루의 북소리.
오늘도
대본은 사라지고
무대는 바뀌고
팬카페는 난리다.
나는 말한다,
“긴급 편성 변경입니다.”
나는 외운다,
“갑작스런 컨디션 저하로 인해…”
내 손엔
무전기 두 개,
서류 가방 하나,
걱정은 셀 수 없다.
루미는 말 없이 웃고,
미라는 고개를 들고,
조이는 가끔 울컥한다.
나는 말 없이 다 적는다.
누가 알까,
무대 위 노래가 끝난 후에도
나는 스포트라이트 밖
무대 뒤 무대 뒤에서
무대를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곡이 바뀌었다.
춤도 바뀌었다.
멤버들은 서로를 못 봤고
팬들은 분노했다.
나는 화내지 않았다.
멤버를 탓하지 않았다.
대신 내 주먹을 쥐었다.
내가 몰랐던 그 눈빛 하나를
밤새 되새겼다.
“괜찮아, 이런 거 하라고 내가 돈 받지.”
누가 보면 농담이지만
나는 그걸 주문처럼 외운다.
나는 마법 없이
기적을 꾸리는 사람이다.
휴식기를 줬다.
최고급 리조트.
근데 애들이 말했다.
“바비가 다녀오세요.
우린 소파가 좋아요.”
그 말에
나는 웃었다.
진짜 웃었다.
그날 처음으로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웃었다.
밤,
문 열고 들어간 나를
잠옷 차림으로 맞이하던 세 사람.
“일 얘기하시죠.”
아무도 귀찮아하지 않았다.
아무도 내게 등을 돌리지 않았다.
그날 알았다.
나는 아직,
이 아이들의 ‘매니저’다.
새벽 여섯 시,
신라의 달밤이 다시 울린다.
오늘도 나는 먼저 일어나
그림자 속으로 걸어간다.
무대는 빛나야 하고
나는 그 빛의 반대편에서
묵묵히,
하루를 끌어당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