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무려 시집 12화

케데헌 매니저 바비의 노래

신라의 달밤이 울릴 때

by KOSAKA

이 시를 케데헌의 그림자에서 고생하는 매니저 바비에게 바칩니다


새벽 다섯 시,

신라의 달밤이 울린다.

세상에서 제일 낡은 벨소리,

그게 내 하루의 북소리.


오늘도

대본은 사라지고

무대는 바뀌고

팬카페는 난리다.


나는 말한다,

“긴급 편성 변경입니다.”

나는 외운다,

“갑작스런 컨디션 저하로 인해…”


내 손엔

무전기 두 개,

서류 가방 하나,

걱정은 셀 수 없다.


루미는 말 없이 웃고,

미라는 고개를 들고,

조이는 가끔 울컥한다.

나는 말 없이 다 적는다.


누가 알까,

무대 위 노래가 끝난 후에도

나는 스포트라이트 밖

무대 뒤 무대 뒤에서

무대를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곡이 바뀌었다.

춤도 바뀌었다.

멤버들은 서로를 못 봤고

팬들은 분노했다.


나는 화내지 않았다.

멤버를 탓하지 않았다.

대신 내 주먹을 쥐었다.

내가 몰랐던 그 눈빛 하나를

밤새 되새겼다.


“괜찮아, 이런 거 하라고 내가 돈 받지.”

누가 보면 농담이지만

나는 그걸 주문처럼 외운다.

나는 마법 없이

기적을 꾸리는 사람이다.


휴식기를 줬다.

최고급 리조트.

근데 애들이 말했다.

“바비가 다녀오세요.

우린 소파가 좋아요.”


그 말에

나는 웃었다.

진짜 웃었다.

그날 처음으로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웃었다.


밤,

문 열고 들어간 나를

잠옷 차림으로 맞이하던 세 사람.

“일 얘기하시죠.”

아무도 귀찮아하지 않았다.

아무도 내게 등을 돌리지 않았다.


그날 알았다.

나는 아직,

이 아이들의 ‘매니저’다.


새벽 여섯 시,

신라의 달밤이 다시 울린다.

오늘도 나는 먼저 일어나

그림자 속으로 걸어간다.


무대는 빛나야 하고

나는 그 빛의 반대편에서

묵묵히,

하루를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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