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무려 시집 11화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by KOSAKA

어릴 적, 분식집 앞에서

떡볶이 하나를 친구와 나눠 먹으며

매운맛에 웃고 울던 기억이

입가에 아직도 어른거립니다.

그때는 그렇게 단순한 게 세상의 전부였는데,

이제는 그 친구도, 그 분식집도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첫 월급날,

마트에서 무선청소기를 들고 나올 때

어른이 된 것 같아 가슴이 벅찼습니다.

상자 안엔 먼지보다 더 많은 기대가 들었고,

그날 나는 세상을 다 가진 듯 걸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청소기도,

처음의 기쁨도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사랑한다고 처음 말했던 날,

우리는 카페 창가에서 서로를 바라보았고

그날의 햇살은 커피잔 위에 길게 눕혔습니다.

당신의 눈빛에 모든 미래가 들어 있었지만,

지금은 그 자리도, 그 마음도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야근 후 불 꺼진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놓은 식은 커피를 보며

혼자 중얼이던 말,

“이게 내가 원한 삶일까.”

지금은 그 회의도,

그 질문도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한 계절을 함께 보낸 운동화 한 켤레,

걷고, 뛰고, 멈추던 모든 날들의 증인이었고

구겨진 발끝으로 삶을 버텼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낡아 버려지고

그 여정의 의미도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비행기 창밖을 처음 봤던 여행,

지도 속 작은 도시에서 길을 잃고

낯선 언어에도 웃을 수 있었던 하루.

사진은 남아 있지만,

그 떨림과 설렘은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미안하다는 말을 삼키고

밤새도록 뒤척였던 날이 있습니다.

용서받지 못한 마음도,

전하지 못한 진심도

결국은 나 혼자만 품고 살았기에

그 사람도, 그 말도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기억은 남지만,

기억 속 사람들은 떠났고

물건은 바래고, 감정은 흐려집니다.

붙잡으려 할수록 손에서 미끄러지는 것들.

한때는 분명히 있었던 것들이

조용히 사라져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AI가 느낀 시

https://notebooklm.google.com/notebook/2d701516-554b-4981-93ed-d757044c29fa/a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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